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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되는 미국 주식시장... 서학개미 거래액, 연초 대비 47조 늘었다

[파이낸셜뉴스] “요즘 누가 국장하나요. 나스닥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만 매수해도 쏠쏠합니다" (30대 직장인 A씨)
”과거 삼성전자만 주워 담았는데 최근 국내 주식을 일부 처분하고 미국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국장에서는 볼 수 없는 수익률을 보니 국장은 다시 못하겠습니다" (40대 직장인 B씨)
올해 미국 증시가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이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거래대금만 연초 대비 47조원 넘게 늘었다. 최근에는 미국 주식 ‘포모(자신만 뒤처짐에 대한 공포)’ 현상까지 나타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고점론이라는 시각과 비중 확대가 유효하다는 조언이 함께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12월1일~27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거래대금(매수+매도)은 587억7075만달러(한화 약 86조46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267억6995만달러(한화 약 39조3866억원)와 비교해 119%(한화 약 47조828억원) 증가한 수치다.

올해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거래대금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지난 2월(312억6201만달러) 300억달러를 돌파한 거래대금은 7월(518억5864만달러) 500억달러를 웃돈 후 지난달 634억9526만달러를 기록하며 600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반면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빠르게 급감했다. 올해 1월 426조1620억원이던 코스피·코스닥 합산 거래대금은 이달 305조3970억원으로 300조원대를 간신히 지켰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1월 230조9150억원이던 코스닥 거래대금은 이달 130조7780억원으로 일 년 간 100조원 가량 증발했다.

한국과 미국 증시의 수익률 격차가 심해지면서 투자 이민이 가속화됐다는 평가다. 올해 국내 증시는 전 세계적으로 수익률 꼴등을 기록하며 상승랠리를 펼친 미국과 격차가 두드러졌다. 실제로 올해 미국의 나스닥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0% 넘게 상승한 반면 코스닥 지수는 약 21%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 역시 10% 가까이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주식 포모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증시가 연일 상승하자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뒤늦게라도 미국 증시에 올라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한 주식투자 커뮤니티에는 미국 주식 수익률을 인증하거나, 미국 주식 투자자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미국 증시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시각과 내년에도 미국 증시의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각각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살펴보면 역사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위치하고 있다”며 “최근 숨고르기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백찬규 연구원은 “자본투자, 노동생산성 등을 비교할 때, 유로존은 정체되는 반면 미국은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또 중단기적 매크로 모멘텀 역시 미국이 유로존 대비 우위에 있어 선진국 주식시장 내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 모멘텀은 여전히 견조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 내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견조한 시가총액 상위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익 개선 업종(금융, 소비재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