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제주 2공항·새만금 등
조류충돌 위험 우려에도 허가
"짓고난 후 충돌저감방안 마련"
신공항 안전성에 경고등 켜져
지면에 설치된 김포공항 방위각 시설 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남단 끝에 항공기의 착륙을 돕는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지면에 설치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지적된 방위각 시설의 기반이 된 콘크리트 구조물과 관련, 전국 공항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조류충돌로 항공기 앞에 달린 기상레이더와 조종사 창문이 다 파손돼 통합조종을 못하고, 계기판을 다 볼 수 없었던 적도 있다. 당시 안전하게 착륙을 해내긴 했지만 조류충돌은 항상 조심하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전직 기장 A씨)
부산 가덕도, 제주 제2공항 등 국내 신공항 예정지들이 조류충돌 위험이 높은 철새도래지 인근에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원인 중 하나로 조류충돌이 거론되면서 철새도래지에 건설을 추진 중인 신공항의 안전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류와 충돌 위험에도 신공항 허가
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추진 중인 신공항들은 사업 초기부터 조류충돌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조류충돌 사전검토 결과나 대안 등을 제시하면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공항 건설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당초 공항 배치를 두고 세가지 대안(완전 육상 배치, 완전 해상매립 배치, 육해상 배치)이 나왔다. 이 중 철새도래지를 통과하는, 영향이 가장 작을 것으로 보이는 육해상 배치(가덕도 중앙 동서방향 배치)가 채택됐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이 위치 역시 조류이동성 등 간접영향이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제주 제2공항은 조류충돌 평가기준으로 20년이 지난 2003년 자료를 활용했지만 2023년 3월 조건부 협의로 평가를 통과하고 지난해 9월 국가사업으로 확정됐다.
이근영 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논문을 쓸 때도 피치 못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근 10년 이내 자료를 인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며 "그 이전에 나온 자료를 활용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군산 새만금 신공항은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금강 하구 부근에 건설이 예정됐다. 새만금에서 다수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인 만큼 철새 기착지가 자연스레 바뀔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서식지 충실도가 높은 개체가 있어 우려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2022년 환경영향평가 당시 "금란도 일대에서 번식하는 개체군은 서식지 충실도가 높은 개체군으로 판단돼 이들의 주요 이동경로는 새만금 신공항 예정지 주변을 지나갈 수도 있다"는 검토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인력 부족…충돌 시 피해 우려
조류충돌 사고 위험지역에 공항이 들어서고 있는 것에 비해 인력과 설비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전국 14개 지방공항의 조류퇴치 전담인력은 총 100명에 불과하다. 운항편수가 가장 많은 김포공항은 23명, 제주공항 20명, 김해공항 16명 순으로 배치됐다.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은 4명이 근무 중인데 사고 당일 조류퇴치를 담당했던 전담인력은 1명에 불과했다. 국내 공항 중 조류 탐지레이더가 설치된 공항은 단 한 곳도 없고 조류를 탐지할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3개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사이 조류충돌 사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에서 기록된 조류충돌 사례는 2019년 91건에서 지난해 130건까지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58건이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새의 이동경로와 비행기 경로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만큼 조류 퇴치대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무안국제공항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제선 운항이 거의 없어 퇴치요원 활동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조류퇴치 활동을 더 자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승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쫓아내도 새들은 다시 몰려오기 때문에 여전히 장비나 시설, 인력들이 다 따라가지 못한다"면서도 "지역별로 활동하는 새들의 천적을 조사해 드론 형태를 만들고 비행기 이착륙이 많은 시간대에 정기적으로 운영해 주면 퇴치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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