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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보조금’ 현대차·기아, 美생산 늘려 ‘트럼프 관세’ 대응

미국 전기차시장 공략에 탄력
GM·포드 등 경쟁 치고나갈 모멘텀
양산 앞둔 아이오닉9 등 혜택받아
트럼프 대응 현지생산 확대 전략

‘IRA 보조금’ 현대차·기아, 美생산 늘려 ‘트럼프 관세’ 대응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5종이 올해 최대 7500달러(약 1100만원)에 이르는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대상 모델에 처음으로 포함되면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공략(지난해 3·4분기 누적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에 탄력이 가해질 전망이다. 북미 시장 1위 테슬라와 격차를 좁히는 한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경쟁 전기차 모델들을 따돌릴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이달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및 친환경차 정책에 대응, 미국 현지 생산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전략을 수립한 상태다.

세액공제의 기반이 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폐기 가능성이 커지고는 있으나, 일단은 북미산 조립 요건을 갖춰 미 정부의 보조금 기준 및 관세 등에 적극 맞추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 전기차, 명단에 첫 포함

2일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최소 5종의 이상의 전기차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다. IRA가 요구하는 북미 조립 요건을 갖추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은 상업용(플릿) 전기차 판매분을 제외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해 딜러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부담이 커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 명단에 포함되면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지난 3·4분기 GM에 밀려 미국 전기차 판매 3위(3·4분기 누적으로는 2위)로 내려앉았던 터라, 이번 보조금 포함 조치가 단비와 같다는 게 현대차그룹 안팎의 시선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를 시험 생산 중이다. 또 올 상반기에는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 양산을 앞두고 있다. HMGMA 외에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에서도 생산 설비 개조를 통해 전기차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2023년부터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만들고 있다. 작년까지 GV70 전동화 모델은 당시 배터리 관련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미국에서 생산함에도 불구,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지만 부분변경 모델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IRA 보조금 기준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텔루라이드, 쏘렌토, 스포티지 등을 만들고 있는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도 전기차 생산을 대폭 늘린다. 지난해 11월부터는 EV9 1210대를 생산해 출하하며 본격적인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1호차 출고 이후 8월 10대, 9월 11대, 10월 130대 등 지금까지는 소량 시험 생산만 해오며 시장을 관망해왔지만, IRA 혜택 시기에 맞춰 EV9의 본격적인 현지 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올 3월부터는 EV6도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EV6의 미국 현지 생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9, 기아 EV6, EV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을 사는 소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7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되면서 판매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생산 늘려 美 '보편 관세' 대응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이유는 IRA 대응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미 이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 폐기 또는 보조금 대폭 삭감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보편 관세 부과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수출과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50대 50인 현대차그룹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최다 판매 국가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11월 미국 시장에서 154만8333대를 팔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글로벌 판매의 23%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상황이 이렇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최근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차 생산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조지아주 HMGMA에서도 아이오닉5, 아이오닉9 등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cjk@fnnews.com 최종근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