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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짧아지니 로케이션 줄었다

부산 촬영 지원 12년 만에 최저
제작비 상승 더불어 숏폼 인기
콘텐츠 회차 줄면서 시장 타격

최근 국내 영화·영상 콘텐츠 산업 시장이 위기에 내몰린 가운데 부산의 로케이션 유치 사업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2일 '2024년도 촬영지원 결산'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부산영상위가 촬영 지원한 영화·영상물은 총 74편을 기록하며 전년도 지원 편수는 118편에 비해 37.3% 줄어들었다. 이는 지원 편수 61편을 기록한 지난 2012년 이래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부산의 촬영작 감소는 현 국내 영화·영상 콘텐츠 산업 시장의 위기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국내 영화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지며 주요 투자배급사의 투자 규모 축소로 최근 신작 제작이 연간 20편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OTT(Over the top, 온라인 미디어 서비스) 업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급격한 제작비 상승에 반한 수익 악화 여파로 채널 편성이 축소되며 제작 편수도 급감하고 있다.

부산의 로케이션 편수 감소에 따라 지역 촬영 일수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한 전체 기간은 총 594일로 전년도 수치인 728일에 비해 18.41% 줄었다.

부산영상위 관계자는 "사실상 콘텐츠 제작 편수 급감의 원인인 영화·드라마의 제작비 상승은 촬영지 선정과 지역 촬영 감소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국내 대부분 방송사와 제작사가 수도권에 밀집해, 비용과 직결되는 촬영 인원의 이동과 시간 소요가 지역 촬영에는 더 큰 예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갈수록 짧고 속도감 있는 콘텐츠가 인기인 추세에 따라 드라마 등의 콘텐츠 회차가 줄어드는 것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의 대여 일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을 봤을 때 해당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지난해 총 5개 작품을 유치해, 스튜디오 A·B 2개 동의 대여 일수 총 315일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총 6개 작품 유치에 대여 일수 694일과 비교했을 때 작품 편수 그 이상으로 대여 일수가 크게 줄었다.


부산영상위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스튜디오를 빌린 5편의 작품 가운데 2편의 대여 일수는 각 1일과 14일로 단기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이용했다. 예년 평균적으로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작품이 2달 넘게 부산에서 체류하며 스튜디오 2개동을 모두 빌려 촬영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강성규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은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와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에 더해 투자 감소의 악순환이 이어지며 시장이 정체되고 제작 환경이 척박해지고 있다"며 "부산만의 차별화된 촬영 유치 전략인 '부산 로케이션 이니셔티브'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