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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상 늘어난 '항공안전장애'… 해결책은 'MRO 국산화' [하늘길이 위험하다 (中)]

운항 1만회당 항공안전장애 10건
LCC 정비사 수, 대한항공보다 ↓
메가캐리어 출범 계기 정비 국산화
외화유출 방지·일자리 창출 기대

30% 이상 늘어난 '항공안전장애'… 해결책은 'MRO 국산화' [하늘길이 위험하다 (中)]
국적 항공사의 항공안전장애 발생건수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30% 넘게 증가하며 항공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항공기 유지정비(MRO) 국산화가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메가캐리어 출범을 계기로 정비역량 강화와 국산화를 통해 안전성과 품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LCC 정비사, 대한항공보다 적어

5일 국토교통부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항공안전장애 발생건수는 △2021년 221건 △2022년 322건 △2023년 497건으로 연평균 31% 증가했다. 운항 1만회당 발생률도 같은 기간 7.4건에서 10.5건으로 41.9%나 늘었다. 국토부는 항공안전장애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항공기 부품 결함으로 인한 △지연 △결항 △회항 사례 증가를 지목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많은 운항횟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정비분야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LCC 7개사의 항공정비사 수는 총 1542명으로, 대한항공(2661명) 한 곳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행기 1대당 정비사 수는 LCC 평균이 9.94명으로, 대한항공(19.57명)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현재 국내 항공사 중 자체 항공정비 시설을 보유한 곳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다. 반면 제주항공을 비롯한 LCC들은 자체 시설 없이 국내외 항공정비 업체에 외주 형태로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가캐리어 시대를 맞아 MRO 국산화와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가캐리어 탄생에 MRO도 국산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계기로 정비 국산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 정비역량을 강화하고 MRO사업 확장을 위해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클러스터 조성에 착수했다. 오는 2027년 완공 예정인 이 클러스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항공정비단지가 될 전망이며, 1000명 이상의 관련 인력 고용창출이 기대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모든 기종을 정비할 수 있는 역량도 이미 확보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장거리 기종인 에어버스 A350은 대한항공의 신설 정비 전담반이 전담하고 있으며, 기체와 정비 매뉴얼 검토는 물론 실질적인 정비 업무까지 책임지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항공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조치를 취하는 '예지정비' 기법을 도입했다. 이 기법은 항공기 결함으로 인한 지연과 결항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델타항공과 루프트한자 등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도 해당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외화유출 방지&일자리 창출 기대

전문가들은 MRO 국산화가 외화유출 방지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정비를 국산화하면 외화절약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MRO사업 수익을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력 강화에 활용해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도 "한국의 정비인력은 숙련도와 효율성이 뛰어나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내 정비시설을 확충하면 해외 항공기들도 한국에서 창정비를 진행하며 사업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에도 대한항공은 높은 운항품질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MRO 조직을 본사에 유지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통합 이후 증가할 자체 정비물량에 대비해 정비기술과 시설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정비사업을 확대해 해외로 유출되는 MRO 물량을 국내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엔진과 부품 정비 같은 고효율·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를 확장해 해외로 유출되는 MRO 물량을 국내로 들여올 것"이라고 전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