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 작심삼일 일쑤
타고난 재능 중요하지만
꾸준함은 하늘이 준 선물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매년 새해가 되면 우리는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다이어트, 금연, 금주, 운동, 책 읽기 등. 목표를 세워놓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 자신이 정한 목표를 꾸준히 이루어 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매년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행해보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결심을 해도 대부분 금방 포기하여 작심삼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아져 예전처럼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큰 목표든 작은 목표든 꾸준히 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용이란 예술은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지만 꾸준함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때때로 꾸준함이 가장 큰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선생님이 알고 삼일을 쉬면 관객이 안다'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예술인뿐 아니라 직장인, 운동선수, 학생 등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빠른 지름길은 없는 것이다. 10대 때 우월한 재능으로 남들보다 훌륭한 실력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이 20, 30대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으며 정직한 예술인 춤은, 실력이 지속적으로 늘고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무용수의 하루는 학생이든 20년 넘게 한 프로 무용수든 플리에(plie)라는 무릎을 굽히는 동작부터 시작하여 탄듀 주테(tendu.jete)… 등 수많은 동작들로 이루어진 클래스로 항상 시작한다. 이것은 본격적인 발레 리허설과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1시간30분 정도의 몸푸는 수업인데 매일 하는 동작이다 보니 열심히 안 할 때도 많고 신경 써서 안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플리에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으면 이후 부상을 입을 수 있고 동작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30년 넘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계속해오고 있다. 꾸준함은 성공하는 사람에겐 가장 큰 재능이며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한다는 것은 존경할 만한 요건임에 틀림없다.
춤 이외에 다른 목표를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나는 10대 때 러시아로 유학을 가기 전 키로프 발레단(현 마린스키발레단)의 해적이라는 작품을 보고 바가노바 발레스쿨에 가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프리마발레리나였던 '알티나이 아실무라토바'의 상체 움직임은 다른 무용수들과 확연히 차이가 있었고 그녀의 춤과 러시아 발레에 매료되어 러시아로 유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학이라는 것은 춤을 배우는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워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에 녹아 들어가야 하는 과정이었기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춤을 추기 위해 갔지만 현실적인 것들, 홀로 삶을 살아가며 한국에서는 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을 중학생인 나 스스로 하며 수업을 따라간다는 것은 자기주도적인 성격인 아니었던 나로서는 힘들었던 것 같다. 10대 때를 생각해보면 나태함이나 사춘기의 방황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은데 내가 원하는 춤을 출 수 있는 수업 방식은 너무 만족스러웠고 힘들었던 시절이지만 얻은 것이 더 많은 시기였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후 나의 목표는 졸업하고 발레단에 입단하여 무대에서 춤을 많이 추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국립발레단에서 생활하다 네덜란드 발레단으로 간 이유도 해외에서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을 경험하기 위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10대에는 춤을 잘 추는 것, 좋은 발레학교에서 공부하기와 좋은 발레단에 입단해서 좋은 배역을 받고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었고 20, 30대에는 춤을 잘 추는 것과 좀 더 많은 작품을 경험하는 것, 40대인 현재는 좋은 춤을 추며 나의 학생들에게 좋은 춤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학생들에게, 후배들에게 무엇을 하든 항상 꾸준히 열심히 하라고 조언하는데 나 자신조차도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나 자신의 춤을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아마 춤을 잘 알게 될 때까진 나의 목표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새해에 항상 다짐하는 작심삼일이어 본 적 없는 유일한 목표이며 나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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