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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소비가 民心이고 天心이다

[fn광장] 소비가 民心이고 天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2023년 5월과 8월에 이코노미스트지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의 생산인구 감소, 생산성 하락, 심각한 부채 등을 근거로 40년 경제 붐이 끝났고 '피크 차이나'(Peak China)에 진입했다고 진단하자 한국에서는 30년 만에 대중수출이 감소한 것을 계기로 '중국 위기론'이 난무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여전히 4~5%대의 성장을 하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에서 세계1위 자리를 더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도 세계 파운드리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 높여가고 있고 중국의 SMIC는 삼성에 이어 세계 3위로 부상했다. SMIC의 7㎚ 파운드리에 이어 CXMT가 DDR5, YMTC가 232단 3D NAND 메모리 칩 양산에 성공했다. 한국보다 한참 아래라고 폄하했던 중국 반도체산업이 한국을 본격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지금 한국은 자본의 대탈출, 인구 노령화, 산업 공동화, 인력의 해외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망한 일본을 시차를 두고 그대로 따라가는 형국이다. 돈 떠나면 사람 떠나고 기술도 떠난다. 한국은 지금 인구가 줄고, 산업도 비고, 기술인재도 사라지는 '비어가는 한국(Empty Korea)' 현상이 나오고 있다. 피크 차이나가 아니라 '피크 코리아'(Peak Korea)가 문제다.

세계는 트럼프 등장으로 폭풍 전야에 대비하느라 정신없고, 민초들은 경기악화로 하루하루가 힘들다. 여의도 증시는 외국인의 대탈출로 주가가 속락해 개미들의 심정은 타들어 가지만, 여의도 국회는 매일 탄핵 얘기로 날 샌다. 정치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큰 걱정거리다.

한국에서 정치가 잘해서 경제가 활력을 보였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없다. 여의도가 세계 일류기업과 산업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금융의 중심이 아니라 4류 정치가 경제에 '돈맥경화'를 일으키는 중심지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

민초들에게는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밥이 하늘이다. 민심이 천심이고 경제지표로 말하자면 소비가 천심이다. 한국의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지수는 2022년 2분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감소해,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가 말해주는 민심은 이미 떠난 지 한참이고, 이젠 배를 띄우는 것이 아니라 전복시킬 시간만 보고 있다.

'속편의 법칙'이 있다. 첫 편이 큰 충격과 감동을 주면 속편은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계엄도, 대통령 탄핵도 이젠 속편, 3편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젠 어떤 감동도 기대도 없다. 정국혼란의 장기화로 코리아 엑소더스와 국가신용도의 하락만 불러올 뿐이다.

내년 한국 성장률 1%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미중 전쟁의 격화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 한국의 권력 진공상태 장기화로 정치불안에 외국인들의 주식매도가 이어지면 4000억달러 외환보유고도 안심 못한다. 외환보유고의 감소는 가속적인 자금유출로 이어지는 불상사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정당의 리더와의 공감능력이 아니라 국민과의 공감능력이 생존 비결이다. 결자해지다. 정치가 만든 위기는 빨리 새로운 리더십 선출에 돌입해 회복 탄력성을 보여준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때가 있고 때를 놓치면 모든 것을 잃는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 환율과 주가가 그 나라의 실력이다. 한국은 환율급등과 주가하락을 무섭게 봐야 한다.
한국은 지금 수익 극대화가 아닌 위험 극소화가 급하다. 경제를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소비마저 부진하면 안전판이 없다. 내수 추락을 막을 재정확대, 대출규제 완화, 금리인하 같은 정책패키지를 여야 정치권의 눈치 볼 필요 없이 국민만 보고 빨리 실행해야 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