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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외제차 판매 부진… "연두색 번호판 법인車 기피 영향"

1억 이상 수입차 등록 20% 급감
법인차 5만1천대→3만5천대로
"경기침체 따른 긴축경영 등 원인"

억대 외제차 판매 부진… "연두색 번호판 법인車 기피 영향"
지난해 1월 3일 광주 서구 교통행정과 직원들이 연두색 차량 번호판을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살인적인 고물가·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국내 1억원 이상 수입차들의 판매량도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인 구매차량이 크게 줄었는데,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연두색 번호판'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 독주'를 이어가는 BMW와 '아날로그 강자' 렉서스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 브랜드에서 판매가 감소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등록된 1억원 이상 수입차는 6만2520대로 전년 동기 7만8208대 대비 20.1% 급감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벤츠, 포르쉐, 랜드로버, 아우디, 롤스로이드, 볼보, 벤틀리, 캐딜락 등 대부분에서 감소했다. 이 기간 벤틀리가 50.6%로 가장 많이 줄었고 포드 44.3%, 벤츠 40.4%, 롤스로이스 33.7%로 뒤를 이었다.

개인 대비 법인 구매량 감소가 눈에 띈다. 지난해 개인의 수입차 등록대수는 2만7000여대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법인은 5만1000여대에서 3만5000여대로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 경기침체가 기업들의 고급차 구입을 줄였다고 설명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침체로) 경영위기가 다가오자 전체적으로 긴축경영 모드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임원급 직원을 많이 줄이고, 법인차도 축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1억원 이상 수입차를 고소득자들이 많이 구매했을 텐데, 이들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미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두색 번호판이 소비심리를 위축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월 1일부터 법인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차량 가격이 8000만원을 넘을 경우 필수로 연두색 번호판을 붙이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기 문제도 영향을 줬겠지만, 연두색 번호판이 싫어서 구매가 줄어든 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7000만원 미만 차량의 경우 지난해 법인 등록대수(10만9000여대)와 2023년 대수(10만8000여대)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독일 완성차 브랜드 BMW와 일본 완성차 렉서스 판매량은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 1억원 이상 렉서스 등록 대수는 1125대로 2023년 495대 대비 127.3% 급증했다. 법인 구매가 321대에서 622대로 2배 이상 늘었으며, 개인의 경우 사실상 구매력이 낮은 20대 미만을 제외하고 같은 기간 전 연령의 구매량이 모두 늘었다.
국내 판매 해외 브랜드 중 유일하다. 이 기간 BMW 등록 대수도 2만2890대에서 2만4543대로 소폭 증가했다.

업계는 렉서스의 아날로그적 특징이 최근 화려한 차들에 피로해진 소비자의 흥미를 끌었다고 보고 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