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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추위 반짝특수' 백화점·글로벌 인기브랜드만 누렸다 [현장르포]

명동역 일대 상권
百 아웃도어·고가패딩 판매 불티
이미스·마뗑킴 매장엔 외국인 북적
로드숍 찬바람…업계 역성장 예고

'늦추위 반짝특수' 백화점·글로벌 인기브랜드만 누렸다 [현장르포]
지난 1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아웃도어 매장에서 고객들이 겨울 의류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여성복 로드숍을 운영하는 유모씨(52)는 "지난해 겨울과 비교하면 매출이 50% 떨어졌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오후 6시 이후엔 다니는 사람이 없어 1월에 이렇게 매출이 안 나오는 건 14년 장사하면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7시 찾은 잠실 롯데월드몰은 평일 영향으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매장 직원은 "날씨가 추운 날에는 쇼핑몰에 사람이 많아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은 많은데, 구매전환율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10일 오후 찾은 서울 명동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명동역부터 이어지는 중심 거리에 있는 이미스, 마뗑킴 매장은 3층까지 이어진 매장 곳곳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인근 롯데백화점 본점 7층 아웃도어 매장도 많은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1년 내내 업황 부진이었던 패션업계 분위기와는 달리 한국에만 있는 노스페이스 화이트 라벨 매장부터 코오롱스포츠 매장까지 패딩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많았다.

전반적인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패션업계는 최대 성수기인 겨울 들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들은 비교적 선방한 반면, 전통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나 상권은 불황의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파가 올 것이란 예보와 달리 늦추위가 찾아온 지난해 12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의 아웃도어와 전체 패션 매출은 일제히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12월 패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아웃도어 매출은 10% 각각 올랐고, 신세계백화점은 5.3%, 20.6%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이 수치가 각각 11%, 33% 늘었다. 12월 매출 반등에는 '늦추위' 영향이 컸다. 백화점 관계자는 "11월 낮 최고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오르는 등 따뜻하다가 12월 들어 뒤늦은 추위로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예년 수준의 한파가 찾아온 1월도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선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지난 2~9일 패션 매출이 15%, 아웃도어 매출은 30% 각각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4.2%, 23.9%씩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12월 들어 기온이 하락하며 패딩을 중심으로 아웃도어·프리미엄 패딩 판매가 점점 늘었다"며 올해 들어 추위가 이어지고 있어 아웃도어 카테고리 신장률도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찾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층마다 옷을 고르는 고객들로 백화점 전체가 북적였다.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딸과 함께 옷을 고르던 이모씨(44)는 "최근 날씨가 확 추워져서 딸이 평소 갖고 싶어 했던 패딩을 사주러 나왔다"고 했다.

11월 따뜻한 겨울에 가을 장사를 망쳤던 업계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12월 한 달 '반짝 장사'로 4·4분기 매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10~12월 매출이 1년 매출에 많으면 40~50% 이상 차지하는 중요한 시즌"이라며 "지난해 같은 경우 11월까지 낮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가면서 가을 장사 자체를 완전히 망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2월에도 계엄 사태에 소비심리 악화로 반짝장사로 분기 매출을 만회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삼성물산·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주요 패션업체들은 지난해 3·4분기에 이어 4·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