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에서 타노스를 연기한 최승현. 씨드 제공
[파이낸셜뉴스]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배우 최승현(탑)이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 2014년 영화 '타짜-신의 손' 이후 11년 만에 언론 앞에 섰다.
보이그룹 빅뱅의 멤버이자 연기자로 빛나는 20대를 보냈던 그는 지난 2017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경력이 바닥을 쳤다.
지난 2019년 온라인상에서 '자숙이나 해라. SNS도 하지 말고, 복귀도 하지 마라'는 네티즌의 댓글에 '저도 할 생각 없다'며 은퇴를 예고한 답글로 논란에 휩싸였다. 2020년엔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국에서는 컴백을 안 할 거다. 컴백 자체를 안 할 것"이라며 은퇴를 시사했다.
이 때문에 2023년 6월 '오징어 게임' 시즌2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은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 전후에도 한국 시청자의 반응이 유난히 싸늘했다. 황동혁 감독은 탑의 캐스팅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질문을 받았고 급기야 "이젠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는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국내의 부정적 여론 탓에 '오징어 게임' 시즌2 홍보 일정에서 배제됐던 최승현은 이날 인터뷰를 결심한 이유로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용서를 구하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지옥같이 어두운 시간...자기혐오 컸다
과거 은퇴 라이브 방송에 대해서는 "너무 경솔했다"고 반성했다.
최승현은 "20대에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너무나도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시간을 보냈다. 와중에 큰 실수를 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지옥같이 어두운 시간을 보내면서 심리적으로 피폐해져 있었다. 자기혐오도 컸다. 사랑하는 가족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죄책감이 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너무 무너져 있던 시기라 다시 일어날 힘이 없었다"며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복귀하게 된 것은 제작사를 통해 오디션 제안을 받고 응하면서 배역을 따낸 것이라고 답했다.
최승현은 "오징어 게임시즌2 오디션 제안을 받았을 무렵, 연기를 통해 복귀할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오디션 준비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연예계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황동혁 감독은 최승현의 출연과 관련, "본인으로서도 큰 용기가 필요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타노스는 한때 잘나가던 래퍼이자 마약 중독자로, 코인 투자를 잘못해 재산을 잃고 게임에 참가한 인물이다. 탑의 부정적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 최승현은 "타노스 캐릭터를 보고 선뜻 출연을 결정하기 힘들었다"며 "부끄러운 과거를 직면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과거 이미지가 영구 박제가 될까봐 망설여졌다"고 돌이켰다.
이어 "이것 또한 치러야 하는 대가일까, 한편으론 운명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 고민 끝에 오디션 영상을 찍어 제작사에 보냈고 감독과 두세 번 미팅했고 다시 한번 비디오 영상을 요청해서 한 차례 더 찍어 보낸 뒤 캐스팅이 확정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촬영 현장에서 수백 명의 사람이 있는 가운데 타노스가 마약을 투약하는 장면을 찍을 때 힘들었다고 전했다.
"제 인생에서 부끄러운 상황을 다시 직면해야 해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제가 맡은 역할이니까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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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2'에서 타노스를 연기한 최승현. 넷플릭스 제공
캐스팅 기사가 난후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달을 때는 "무너질 뻔 했다"고 했다. 최승현은 "그때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 줬다"며 "같이 배역을 준비해온 시간 안에서 나를 믿어준다는 말씀에, 배우로서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수백 명의 배우와 제작진이 있는 현장이나 단 한 번도 편한 마음으로 현장에 나간 적이 없어요. 무거운 마음으로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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