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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의 국제정치] 대한민국의 힘

정체성 잘 지키며 세계화
발빠르게 정보사회 이뤄
출산율 높이는 것은 숙제

[김경민의 국제정치] 대한민국의 힘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29세에 미국 대학의 장학금을 받고 정치학 박사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을 떠났다. 1983년 1월 미국에 도착했는데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거의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2025년의 대한민국은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큰 나라로 발전해 있다. 경제력도 세계 10위권이고, 민주화도 성공했고, 세계 시민들이 한국이 만든 휴대폰을 쓸 정도로 제조업도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문화적으로도 K팝이라 하여 한국 노래를 부르는 외국 사람들이 많고, 한국을 배우고 싶어 하는 세계의 젊은이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면서도 늘 글을 써 왔듯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을 이뤄야 하는데, 진짜 강대국이 되는 데 국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가 너무 어지러워 불안불안하다. 세계가 한국에 대해 많은 칭찬을 하는 바람에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너무 조심스럽고 경계하는 마음도 커서 대한민국이 좀 더 겸허하면 좋겠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힘은 무엇일까.

첫째, 민주주의를 성공시킨 것이다. 민주주의 대한민국이기에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어 창의적인 생각들이 많은 작품과 행동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 대한민국의 정치는 혼란스럽지만 국가를 생각하는 시민들이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을 보며 정말로 성숙한 민주국가가 됐구나 안도하게 된다. 돌멩이와 최루탄 가스가 범벅이던 대학생 시절을 돌아보며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성취 열망이 결실을 잘 맺은 것 같아 자랑스럽다.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일이 없어야 좋은 것인데, 시위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면 질서를 잘 지키는 시위가 되었으면 한다.

둘째, 한국은 한국의 정체성을 잘 지키면서도 세계화돼 있다. 미국 대학, 일본 대학, 한국 대학에서 청년들에게 38년 강의를 해 오면서 한국이 세계화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라는 비교를 하게 된다. 세계화의 첫 번째 수단인 영어를 거의 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세계와 호흡할 수 있는 준비가 잘 되어 있다. 어느 나라 젊은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의 MZ세대는 애국심과 자긍심이 굉장히 높다.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다 보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수많은 학생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세계 여행을 다니며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운이 좋아 대학교수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참 밝다는 생각을 하며 교수 생활을 떠올리곤 했다. 기성세대가 대한민국을 위해 피땀을 흘렸던 것을 젊은 세대들이 잘 이어오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

셋째, 정보사회가 발달한 나라다. 세계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되어 있는데 한국은 발 빠르게 정보사회를 이루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정보를 탐색하고 전파하며 첨단정보를 익숙하게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정보화 사회에 필수적인 전력이 풍부한 국가다. 25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잘 돌아가고 있고 새로운 원전도 건설 중이다. 심지어는 원전을 수출하는 세계 정상급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나라다. 빌 게이츠가 오래전 예견했듯이 세계의 전력 생산 중에 정보화에 들어가는 전력이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50%를 넘어서고 있고 한국은 오래전부터 원전에 힘을 쏟아 온 덕분에 AI 시대에 전기가 모자라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강대한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인구가 적어도 1억명은 돼야 한다.
한국은 인구를 늘리기 위해 특별한 방법으로 국가전략을 세워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면 복지혜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복지 차원이 아니라 국가생존 차원에서 접근해서 출생에서부터 교육까지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을 매우 달리해야 한다. 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도 남달라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