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옥씨부인전' 추영우 보도스틸. SLL 제공
[파이낸셜뉴스] 요즘 인기 있는 로맨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전문직 여성을 사랑하는 내조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일마저 아낌없이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극 '옥씨부인전'의 천승휘(추영우)가 대표적이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아예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비서다. 회사 일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잘하고, 육아마저 완벽한 이혼남이다.
조선시대, 자기 직업도 버린 순정남 '천승휘' 역 추영우
'옥씨부인전'은 조선시대를 무대로 성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파격 행보로 눈길을 끈 인기 사극이다. 이 때문에 한때 시청률 정체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글로리'의 악역 임지연의 대표작을 갈아치웠다. 동시에 신인배우 추영우의 출세작으로 손꼽힐만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오는 26일 종영을 앞뒀다.
추영우를 극중 '조선 최고의 로맨티시스트'로 만든 이 작품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사랑을 위해 자신의 직업마저 포기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옥씨부인전'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노비 출신 양반가 부인이자 외지부(변호사) 옥태영(임지연)과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을 그린 드라마.
천승휘는 전기수로서 당대 최고의 톱스타였지만, 모함에 빠져 과부가 될 처지에 놓인 연인 옥태영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다.
천승휘는 당초 조정에서 명한 청나라 공연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어명을 거역할 수 없어 죽은 척 위장한다. 그리고 성소수자라 오래 전에 집을 나간, 자신과 유난히 닮은 옥태영의 남편을 자처한다.
천승휘는 "하루라도 네 남편으로 살 수 있다면 죽음은 두렵지가 않다"고 말한다. 결국 천승휘의 선택과 희생으로 옥태영은 자신의 일상도, 직업도 다 유지하게 된다. 천승휘와 함께 부부로 살면서 그동안 자신의 삶에서 유일하게 얻지 못했던 사랑마저 누린다.
옥태영의 남편이 된 천승휘는 그야말로 100점짜리 내조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아내 옥태영이 외지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온 집안 살림살이 점검은 물론이고 장부 기록까지 도맡는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옥태영을 향한 연심을 드러내는 데 스스럼이 없다. 또 옥태영의 손을 꼭 잡은 채 "난 최고야. 대단해"라고 말하게 주문하며 아내의 자존감 지킴이로도 활약한다.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보도스틸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보도스틸
아내 몰래 어릴 적 헤어진 옥태영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애쓸 뿐만 아니라 노비 시절 기억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옥태영이 편히 잠잘 수 있도록 옥태영만의 전기수로 분해, 달달한 밤을 선사한다.
돌싱 아빠이자 100점짜리 男비서, 대표와 연인되나?
최근 해외 123개국에서 시청자수 1위를 기록하며 인기 고공 행진 중인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는 까칠한 남자 상사를 사로잡은 여자 비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일도 잘하는 남자 비서와 일만 잘하는 여자 사장의 로맨스를 그린다.
혼자서 딸을 키우는 유은호(이준혁)는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요리도, 집안일도 잘하는 자상한 성격의 이혼남이다. 대기업 재직 중 육아휴직을 썼다가 상사에게 찍혀 누명을 쓰고 퇴직 당한 인물로 여주인공 한지민이 대표로 있는 헤드헌터 회사에 그의 비서로 취직한다. 인사과 과장으로서도 능력이 출중했는데, 새 직업인 비서로서도 능력이 뛰어나다.
한지민은 일만 잘하는 여성이다. 늘 물건을 잃어버리고 정리정돈은 젬병이며, 직원들 이름조차 잘 외우지 못한다. 그야말로 사생활에선 유은호의 초등학생 딸보다 더 손이 많이 가는 캐릭터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자신의 SNS에 "드라마의 메인 소비자인 여자들의 왕자님 콘셉트가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나를 먹여살려줄 실장님이 왕자님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줄 수 있는 캐릭터가 이시대의 왕자님이 된 것"이라고 짚었다.
한 시청자는 "미디어가 전형적으로 그려온 '성공한' 커리어우먼과 판타지에나 존재할 남자의 조합"이라고 썼다. 또 다른 시청자들은 "이준혁이 얼굴로 저를 위로해요. 이 드라마는 힐링 로맨스가 맞다", "나는 이미 이준혁에 대해 객관성을 잃었다"며 남자 배우에 대한 열렬한 호감을 표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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