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5.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임원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자사주로 주고 지급량은 주가와 연동시키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사업에서 어려움에 부딪히며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성과급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해 임원들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강력한 주가 부양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7일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에게 사업부별 OPI 지급률을 공개하고 임원 대상 OPI 지급 방식 변경을 발표했다.
OPI는 '목표달성 장려금'(TAI)과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한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에게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되는 OPI 지급방식 변경을 통해 책임경영 강화에 나선다. 임원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OPI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이다.
성과급 중 자사주 선택 비중은 △상무 50% 이상 △부사장 70% 이상 △사장 80% 이상 △등기임원 100%로 임원들은 직급에 따라 의무적으로 성과급 중 일부를 자사주를 받아야 한다.
주식은 내년 1월 지급되며 지급받은 주식은 부사장 이하는 지급일로부터 1년간, 사장단은 2년간 매도할 수 없다. 지급 약정 기준으로 보면 상무와 부사장은 2년간, 사장단은 3년간 매도가 제한된다.
특히 자사주 지급 수량을 주가와 연동하기로 했다. 내년 1월 기준 주가가 약정 체결 당시와 같거나 오르면 약정 수량대로 자사주를 받을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하락률만큼 수량이 줄어든다. 1년 뒤 주가가 10% 하락하면 약정 주식의 90%만 받는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핵심 사업인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에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임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오랜 시간 세계 1위를 지켜온 메모리 반도체는 최근 인공지능(AI) 확산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빅테크들이 AI 데이터 센터를 경쟁적으로 증설하면서 데이터 처리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비교해 HBM 개발이 늦어져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8만 8800원을 기록했지만 4개월 만인 11월에는 4만 9900원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5만 3000원대다.
삼성전자는 임원들의 자발적인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총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등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와 성과급을 연동하는 제도 개편을 통해 임원들의 전향적인 동기 부여를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성과급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은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성과 연계를 강화해 임직원의 주인의식을 높이고 업무에 대한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이 같은 OPI 주식 보상 제도를 일반 직원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일반 직원들에게는 의무사항이 아닌 자율적인 선택권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대신 자사주를 지급하게 되면 회사가 임직원의 장기적인 이익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문화와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데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일부 희석될 여지도 존재해 주주들에게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