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배추, 무 등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올 설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 추석보다 훌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조사 결과 폭염 등으로 밥상물가가 최고조에 올랐던 지난 추석에 비해 대형마트 기준 30% 이상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파악됐다. 명절이 가까울수록 식사재 물가가 더욱 오를 수 있는 만큼 2주 앞으로 다가운 설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근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9일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추석과 동일하게 간소한 명절 상차림을 위한 17개 품목의 가격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이커머스 등 각 유통 채널별로 살펴본 결과 물가상승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 추석 10만619원에 비해 35% 가량 오른 13만5520원이 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1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설 제수용 평균 구입 비용이 지난해 설에 비해 3.4%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것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물가는 더 높은 셈이다.
이번 결과는 장보기 품목으로 통상 명절 상차림에서 빠지지 않는 쌀밥과 소고기무국, 모듬전(동태전, 동그랑땡), 생산구이(조기), 김치, 과일(사과·배)로 구성된 상차림을 준비한다고 가정했다.
지난해 추석 명절을 앞둔 시기과 비교한 결과 계절적 차이를 감안해도 사과(1798원→2560원)와 배(3498원→5670원) 등 과일 품목은 대부분 가격이 상승했다. 국거리와 산적용 한우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통시장의 경우 청과물도매시장과 서울시내 대형 전통시장 중 하나인 경동시장 중에서도 축산물이 싼 것으로 유명한 업체 등 저렴한 가격을 찾아 발품을 판 결과 지난 추석(10만6300원)에 비해 다소 저렴한 8만8000원이라는 가격에 주요 품목을 구매할 수 있었다.
온라인 장보기가 활발해진 상황을 고려해 쿠팡을 통해서도 같은 품목을 장바구니에 담아본 결과 전통시장 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대형마트보다는 3만원 이상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운 날씨에 시장 두군데를 옮겨다니며 싼 가게를 찾아다닌 수고가 1만원 남짓 이라는 점에서 이커머스의 가격 경쟁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계속해서 오르는 물가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날씨 보다 더욱 차가웠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근처에 살아서 평소에도 시장을 자주 오는 편"이라며 "인근 볼일이 있어 왔다가 겸사겸사 들른 것인데 물가가 부담돼 설을 안 쇤 지 2년 됐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이정화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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