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관세정책 대응 총력
美 현지공장 생산품목 확대 검토
공급망 적극 활용·생산거점 조정
"물류·인건비 부담" 환율 상승 변수
'CES 2025'가 열린 지난 9일 미국 종합 가전·인테리어 유통업체 로우스(Lowe's) 라스베이거스 지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LG전자 냉장고를 김성택 LG전자 미국법인 가전영업실장이 소개하고 있다. 사진=임수빈 기자
트럼프 1기 당시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으로 한국 가전에 고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제 출범한 2기 행정부에서는 타깃 품목이 냉장고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가전 기업들은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현지에서 세탁기 외 생산 품목을 확대하고, 생산지 다변화와 재고 쌓아두기로 방어하겠다는 목표다.
■"세탁기 이어 냉장고도 관세가?"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국내 가전 회사들은 관세 정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세이프가드 품목 확대에 따른 피해 상황과 규모를 예측하고, 사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가전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땐 세이프가드에 세탁기가 포함됐는데, 이번엔 냉장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대책 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상품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하는 조치다.
지난 2018년 미국 정부는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한국 기업 삼성전자, LG전자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 기업들이 생산한 세탁기가 미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월풀 등 현지 제조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미국은 일정 수량 이상의 세탁기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LG전자는 테네시주 내 공장을 설립하고 생산 물량을 늘렸다.
■삼성·LG "시나리오 짜고, 대비 중"
업계에서는 트럼프 2기, 냉장고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양사 모두 냉장고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진 않다. 이 때문에 기존 공장에서 냉장고 등으로 생산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실제 LG전자는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의 생산 품목을 냉장고와 TV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한 글로벌 공급망을 적극 활용해 관세 부과 상황에 따라 생산 거점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5에서 "트럼프 2기에서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생산지 조정, 생산지 간 스윙 생산이라고 해서 같은 모델을 여기저기서 생산하는 체제 등을 통해 (대응) 방법을 준비해 놨다"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트럼프 2기의 관세 리스크에 대해 "알다시피 (삼성은) 공장을 꽤 많이 가지고 있고, 이를 활용할 것"이라며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이라고 전했다.
변수는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내 라인 확대나 인건비, 물류비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미리 생산 후 재고를 쌓아두는 방식으로 부담을 최소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재고 비용이 나가더라도 미리 만들어 두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이 되면 제품을 많이 생산해 두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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