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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배의 바다이야기] 트럼프와 바다

그린란드·파나마운하는
트럼프의 중국견제 카드
韓 조선산업 핵심파트너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트럼프와 바다
윤학배 前 해양수산부 차관
20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 혼란스럽고 혼미하기까지 하다. 국제적으로도 참 복잡하고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는 '슈퍼 선거의 해'답게 전 세계 76개국에서 대통령 등 국가지도자의 40%가 바뀌었다. 그중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선거가 미국의 트럼프 당선이었고, 바로 오늘이 취임하는 날이다.

그런데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조선산업의 공통점 두 가지는 무엇일까. 첫째 트럼프 당선과 더불어 제기된 주요 이슈들이고, 둘째 그 대상이 바로 바다라는 것이다.

첫째는 덴마크의 해외영토인 그린란드를 돈을 주고 사겠다는 것이다. 그린란드는 바이킹이 물고기 대구를 쫓다가 발견한 섬으로 콜럼버스보다 500년 먼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게 해준 중간 기착지였다. 그렇기에 마크 쿨란스키는 대구를 '세계 역사를 바꾼 물고기'라고 불렀다. 한반도 10배 크기인 그린란드는 섬의 기준이기에 가장 큰 섬이 되고, 호주가 가장 작은 대륙이다. 북극해에 접하고 있어 물류나 군사전략, 자원확보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렇기에 중국도 북극 실크로드와 자원 확보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의 바로미터로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7m가량 상승하는데 이는 10억명이 거주하는 뉴욕, 런던, 상하이, 자카르타 등 주요 해안도시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물론 트럼프의 의지대로 미국 영토가 되어 제2 알래스카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덴마크가 왕실 문장부터 바꾸며 그린란드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둘째로 파나마에 돌려준 파나마운하 운영권의 회복이다. 파나마운하는 수에즈운하, 믈라카해협과 더불어 세계 물류의 숨통(choke point)으로 불린다. 뉴욕에서 LA까지 파나마운하로는 1만㎞가 안 되는데 남미대륙 남단 마젤란해협을 통과하면 2만3000㎞나 되니 물류나 안보 면에서 엄청난 차이다. 파나마운하는 전 세계 물동량의 6% 정도이지만 이곳을 통과하는 물동량의 70%가 미국과 관련된 화물이다. 당초 프랑스가 추진했으나 실패하고 결국 미국이 완성해서 운영하다 1999년 파나마에 돌려주었다. 그런데 파나마운하 운영에 중국 홍콩에 기반을 둔 허치슨그룹이 참여 중인데 그 비중을 늘리는 추세이다. 해양굴기를 도모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세계 3대 물류의 허브이니 당연한 행보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파나마운하 대안으로 인근의 니카라과 운하나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믈라카해협을 대체하는 태국의 크라운하를 실제로 추진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주요 해상 통로를 둘러싼 미국, 중국 간 치열한 경쟁은 이제 물밑이 아닌 수면으로 올라와 있다. 양국 간 이런 각축이 바로 트럼프의 파나마운하 운영권 주장으로 나타난 것이다.

셋째로 트럼프 당선 후 우리 대통령과 통화에서 요청한 첫째 사안은 의외로 조선분야 협력이었다. 조선은 영국에 이어 미국이 패권국가로서 세계를 경영하는 주요 수단이다. 선박은 자체가 영토로 인정되기에 바다를 떠다니는 영토인 셈이다. 따라서 항공모함으로 대표되는 군함이 미국의 세계 패권전략의 핵심 자산이고, 중국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의 고민은 중국이 세계 1위의 조선산업을 배경으로 함대 확장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 데 반해 미국 조선산업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미국 조선산업 재건 때까지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바로 세계 경영전략에 필요한 함정의 건조와 수리정비 등 MRO 역할을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3가지 이슈 모두에 중국이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트럼프의 관심이 어디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재선이 정치외교적으로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바다 관점에서 보면 해양산업의 기회 확대와 바다의 가치에 대한 관심과 이슈화에는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된다. 2025년 새해 우리나라에서도 바다를 보는 시각의 큰 전환을 기대해 본다.

윤학배 前 해양수산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