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2018년 판문점 선언 후
민통선 토지 3.3㎡ 40만원선 폭등
이후 북미대화 성과 없자 가격 뚝
현재 민통선 토지 3.3㎡ 10만원선
지난해말부터 저점매수세 몰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접경 지역 부동산 시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파주, 연천 등 경기 북부 지역은 지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 당시 급등했던 전례가 있어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매수에 나선 상황이다.
■DMZ 투자 열기 부활? 저점 매수 움직임
20일 경기 파주 문산역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인근 지역 부동산에 대한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경기 북부 접경지역은 특수성이 강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되는 곳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의 협상 결렬, 즉 하노이 노딜 이후에 비해 현재 접경지역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해 저점매수를 노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통선 지역의 토지는 3.3㎡당 10만원에서 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으며, 도라산역 주변은 30만원대까지 형성돼 있다. 그는 "저점매수를 노리는 사람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매수를 본격화한 경우가 많다"며 "다만 이들은 과거에 이미 접경지역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파트 시장은 토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파주 지역의 경우, 접경 지역 호재와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은 여전히 약세다. 최근 몇 달 동안 경기 북부 지역의 아파트 시장은 거래 부진과 함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매수자 부족으로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당시, 파주와 연천 등 접경 지역은 남북 화해 분위기에 힘입어 전례 없는 호황을 경험했다. 개성공단 재가동,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 연결, 도로 확충 등의 계획이 발표되며 경기 북부 지역은 남북 경제 협력의 중심지로 주목받았다. 파주 문산읍의 토지는 3.3㎡당 15만원 선에서 25만~30만원 선으로 뛰어올랐고, 민통선 지역 역시 두 배 가까운 가격 상승을 기록해 당시 30~40만원까지 올랐다.
투자자들은 앞다퉈 매물을 찾았으며, 일부 공인중개업소는 계약을 중단하거나 호가를 대폭 인상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그러나 북미 대화가 실질적인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거품이 꺼지며 시장은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1기와는 다른 환경
전문가들은 섣부른 기대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즉흥적인 성격이 강하고 변수가 많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때문이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18년에도 비핵화 논의로 두 번의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없어 주민들 사이에서도 실망감이 팽배한 상태"라며 "북한의 핵 보유 고착화와 러시아와의 밀착 등으로 당시보다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 점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오히려 GTX 등 교통망 확충이 접경지역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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