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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수익 추구' 초단기채에 뭉칫돈

초단기채펀드에 1조8959억 유입
트럼프 출범 앞두고 변동성 확대
단기 투자형 상품 대기자금 쏠려

'안정적 수익 추구' 초단기채에 뭉칫돈
시중의 투자자금이 초단기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리 변동 폭이 확대되면서 장기채 상품 대비 비교적 안정적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 단기 투자형 상품으로 자금이 모이고 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초단기채 펀드 설정액은 35조203억원으로 지난해 말(12월 30일) 대비 1조8959억원 불어났다. 지난해 12월 한 달 간 설정액 증가분(1조7254억원)을 올해 들어서는 약 2주 만에 뛰어넘은 셈이다.

다른 유형 펀드의 올해 설정액 추이를 비교해봐도 초단기채 펀드 자금 쏠림은 두드러졌다. 일반채권 펀드의 올해 신규 설정액은 9317억원에 그쳤고, 국내 주식형 펀드는 같은 기간 892억원이 빠져나갔다.

초단기채 펀드는 잔존 만기 3개월 내외의 우량 초단기 채권이나 기업어음(CP), 단기사채 등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편입 채권의 만기가 짧은 덕에 금리 민감도가 낮아 관련 변동에 따른 자본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만기 1년 이내 단기 채권과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머니마켓펀드(MMF)도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17일 기준 MMF 설정액은 153조752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32조9876억원이 새로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MMF 설정액이 한 달간 15조2000억원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품별로 보면 단기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하루만 투자해도 이자 기반 수익이 붙는 이른바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렸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이달 2~17일 국내 ETF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순유입된 상품은 'KODEX 머니마켓액티브'로 9240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이 상품은 초단기채권, 현금성 자산 등에 투자한다. 만기 3개월 이내의 우량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에 투자하는 'WON 전단채플러스액티브'에도 같은 기간 803억원이 유입됐다.

초단기채에 기반한 상품들은 단기 입출금과 환매가 간편하고, 환매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돈을 쉽게 넣었다 뺄 수 있어 증시 변동 장세에 적합하다.

시장에서는 20일(현지시간) 취임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 불확실성이 단기 투자형 상품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확장 재정정책을 공언해온 만큼 향후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장기채 금리 상승 가능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면 단기채 상품은 금리 등락 영향이 적고, 정해진 채권 이자(쿠폰)에 기반한 안정적 수익이 보장돼 관심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박윤철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취임 이후 재정 지출을 확대해 채권 발행을 늘리면 장기채 금리 급등락이 심해질 수 있어 채권 투자자 입장에선 장기물 상품에 들어가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반면 단기채 상품은 가격 변동성이 적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성격이 강하고, 원할 때 자금을 뺄 수 있고 정해진 쿠폰 이자를 받을 수 있어 현 시점에선 더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할 행정명령 중 관세 관련 내용이 기대처럼 점진적일지의 여부와, 2월 초 공개될 미국 재무부의 시장차입계획과 국채발행계획"이라며 "다만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 중인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만큼, 2월 금통위에서 인하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