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국 내 공장 운영 부담
삼성·SK 보조금 집행될지 촉각
자동차·배터리, IRA 폐지 직면
현대차 부담 늘며 투자계획 차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했지만 국내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는 불확실성투성이다.
반도체 업계는 중국 내 공장 운영과 전 정부 시기 결정된 보조금 집행을 두고 셈법이 복잡해졌고,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주요 조항 변경 및 폐지 가능성에 따라 비용부담 증가를 떠안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각 업계는 총력을 다해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확실성은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관세 부과·보조금 집행 촉각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야는 대중국 제재 강화로 인한 중국 내 공장 피해, 고율관세, 미국 반도체 보조금(칩스법) 집행 여부 등이다.
우선 대중국 제재가 강해지면서 중국 내 공장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 반도체 첨단장비 반입에 대한 수출통제 유예조치도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대중국 제재가 심화돼 중국 내 장비 반입이 막힌다면 공장 운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기업들은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도 클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국에 대해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 경우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으로 수출될 때 고율관세로 국내 기업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공장 건설 관련 보조금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 370억달러(약 54조원),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생산기지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6000억원)를 각각 투자한다.
양사 모두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따른 보조금 규모를 확정 짓긴 했지만, 투자 상황에 따라 실제 지급되는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AVP 등 국내 기업들이 짓는 공장 용도가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이 많이 찾는 영역인 만큼 투자가 적기에 진행될 수 있도록 집중해 보조금을 계획대로 받는다는 목표다.
■IRA 세부법안 폐지땐 현대차 등 부담
자동차·배터리 업계도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그 중심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2년 8월 17일 발표한 IRA가 있다. IRA는 총 7730억달러(약 1127조원) 규모 정부 예산을 기후변화 대응·보건 분야 복지 개선·기업 과세 개편 등에 투입하는 법안으로, 미국의 재정적자 해소 및 친환경 경제로 전환이 목표다.
한국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법안은 △재생에너지 생산세액공제 및 투자세액공제(45U, 45Y, 48E)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45X) △전기차 세액공제(25E, 30D, 45W) 등이다.
업계는 트럼프 2기 때 '전기차 세액공제' 법안 폐기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보고 있다.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국제통상팀장은 "전기차 세액공제의 경우 트럼프 인수위가 폐지 방침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다수 나왔다"며 "폐지되지 않더라도 행정명령을 통한 개입이 예상된다"고 했다.
해당 법안이 폐지될 경우 가장 불확실성이 가장 큰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올해 말까지 100억달러(약 14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인데,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질 경우 현재 자체 지급하고 있는 인센티브를 계속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국 현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현대차그룹 차종이 5개로 늘었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알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IRA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라며 제도를 비판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재 다수 업체가 수백억~수천억대의 AMPC를 받고 있는데, IRA 45X 조항이 폐지되면 그만큼 자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필라2 관련 추가 세액 부담 위험 해결도 과제다.
국내 배터리기업의 미국 자회사 및 합작법인(JV)이 AMPC 수취를 하게 되면 필라2 실효세율 감소에 따라 최종 모기업이 추가세액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필라2는 국가마다 다른 법인세의 최저한세율을 15%로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최용환 율촌 변호사는 "이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행정지침 개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 등과 협력해 OECD를 설득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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