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감축 불가피 고용시장도 악화
"적용기준 세분화해 단계적 시행해야"
소상공인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폐업한 사업장에 '임대 문의' 표시가 부착된 서울 시내 빈 상가. 연합뉴스
"대기업만큼 월급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장사가 안 돼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투잡을 뛰고 있을 정도다. 직원·알바 고용시간도 줄이는 등 고용시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연초부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을 앞두고 존폐 걱정에 한숨을 쉬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적용을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과제라며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6일부터 3월 12일까지 실시한 '2023년 전국사업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체 수는 단순 집계 시 538만6553개, 종사자 수는 767만5862명에 달한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현행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5인 미만으로까지 확대 적용할 경우 사업장은 주52시간 준수부터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연차휴가 등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모든 사안의 적용대상이 된다.
근로기준법 적용에 불을 댕긴 것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신년사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노사와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 같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논의는 지난해부터 지속돼 왔다. 11월에는 정부의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 추진방안에 더해 22대 국회 박홍배 의원, 김태선 의원, 이용우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등 3인의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달 고용노동부는 영세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근로실태와 해외 근로기준법 적용 사례에 대한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수익성 악화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2·3 비상계엄 여파로 국내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아 내수는 부진하고 고환율 등으로 원자재(료)값은 연일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이 소상공인 사업장까지 확대될 경우 PC방, 대리운전, 숙박업, 편의점 등 소상공인 업종 대다수는 폐업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51)는 "이미 많은 소상공인들은 순이익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쪼개기로 고용하거나 주휴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은 직접 벌어 해결하고 있다"며 "매출에 따른 기준이라든지, 특수한 조건들을 반영하는 식으로 적정 선에 맞게 근로기준법 기준을 세분화해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희태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5인 미만 근로기준법 구체화에 앞서 사업주와 종업원의 근로자성을 분류하는 세부기준이 필요하다"며 "연장수당, 주52시간 등을 적용받을 경우 어려움이 가중돼 많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폐업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보호로드맵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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