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항을 돌아보다
철새 이동로와 공항부지 조건 겹쳐
우리에 주어진 자연 받아들여야
지역 거점공항 육상 연결도 대안
1997년 영종도에 건설 중인 인천국제공항
미 군정기인 1945년 서울 도시계획도 내 여의도 군사공항 모습. 왼쪽 아래가 활주로, 위쪽은 산개형 항공기 분산 계류장이다. 이민부 교수 제공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탑승객 179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9일, 사고 발생 11일 만에 희생자분들 모두가 영면에 들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편안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시길 빈다. 사고 원인으로 조류충돌, 활주로의 길이와 로컬라이저, 저비용항공사들의 무리한 운행 등의 문제가 제시됐다. 간단하나마 한국 공항의 역사와 지리적인 조건을 살펴본다.
이번 제주항공 사고의 1차적인 원인은 새떼충돌(bird strike)로 본다. 엔진에서 깃털 흔적이 발견됐다. 무안공항뿐 아니라 울산공항, 그리고 김해공항도 그 새떼의 영향이 자주 보인다고 했다. 하필이면 새떼가 많은 곳에 공항을 만든 것은 아니다. 공항의 필요성은 항공 수요가 있기 때문인데, 당연히 인구가 많은 대도시권의 인근이 좋다. 하지만 도시권의 주거지는 물론 대규모 산업지역, 그리고 농경지에는 들어설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여유 있는 공항 대상지역은 대규모 하천변과 범람원, 해안과 가까운 평지와 간석지, 그리고 낮은 해수면의 해안 지역 등이 될 수밖에 없다. 넓고 긴 평지 공급은 이런 지역밖에 없다. 매립과 간척이 가능하므로 하천과 연안의 충분한 면적이 좋은 조건이다. 이런 지역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어 먹잇감과 함께 철새들의 이동로와 계절 주거지로도 적절하다. 철새들을 모조리 물리칠 수가 없고 물리쳐서도 안 된다. 철새와 함께하는 공항학과 생태학, 지형학의 치밀한 조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철새의 나라다. 여름과 겨울철의 기온차가 40~50도에 이르는 4계절 지대이며, 또한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해양이 바로 접하는 자연생태의 지정학이 첨예한 지역이다. 철새들이 겨울과 여름을 오가고 대륙과 해양을 오가는 길목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피할 수 없는 자연조건인 것이다.
우리나라 항공 수요 증가는 경제발전과 함께한다. 세계적 인구조밀국이며, 평지 비율이 30%인 국가이면서도 경제적인 선진국이 되면서 해외 왕래가 매우 많은 국가가 되었다. 1960년대 독일로 광부 및 간호사 파견과 1970년대의 베트남전과 중동 건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로의 이민 등으로 항공 수요는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1970년대 공항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항에서의 이별과 만남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셨다. 당시 저음의 여가수 문주란은 1972년부터 공항에 관한 노래 4개를 불러 당대 큰 히트를 쳤다. '공항의 이별'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이여 잘 있거라' '공항대합실' 등으로 문주란의 공항 시리즈는 잘 알려져 있다.
현재의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등 국제공항은 이용량이 엄청나고 흑자를 이루는 4대 공항이다. 특히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공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공항은 서울과 부산의 인구밀집 대도시와 최고 관광도시 제주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요청으로 건설돼 현재 운용되고 있는 전국의 15개 공항 중 위의 4개 공항만이 흑자 공항이다. 도시 인구의 수요와 매우 밀접하다. 적자 공항을 계속 유지하기보다는 지역별 주요 거점공항을 지정하고 지역 내에서 육상 교통망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고려하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새로이 부산의 가덕도, 울릉도, 흑산도, 백령도 등에 공항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백령도 사곶해안 사빈은 6·25전쟁 때 유엔군 군용 활주로로 이용됐고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보존돼 있다. 울릉도와 흑산도는 좁은 면적으로 소형 비행기가 다닐 수 있도록 하면서 날씨 관계에 철저히 대응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초기의 민간공항은 서울 여의도공항과 부산 수영공항이 대표적이다. 당시 경기 고양 용강면의 여의도공항은 일제강점기인 1916년부터 군사공항으로 시작해 1958년 공항 기능을 상실한다. 1953년 국제공항으로 승격했지만 가장 큰 약점은 한강의 홍수가 심해지면 자주 범람해 공항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결국 1958년 서울에서 조금 멀어진 인접 김포로 공항이 이전한다. 활주로도 길어졌다. 여의도는 군사공항의 기능은 살아있었으나 이것도 1971년 성남 공군기지로 이동하면서 여의도공항은 완전히 사라지고 첨단의 대도시 권역이 되었다. 공항이 사라지면서 그 넓은 평지는 여의도광장으로 불리면서 국가적 행사도 자주 열렸다. 군용항공기 전시회도 열렸다. 현재는 국회단지, 금융지역, 아파트지역, 상가지역이 자리 잡고 있다. 영등포와 김포에 인접한 샛강지역은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성남공항의 현재 명칭은 서울공항으로 국가적, 외교적, 공공적 이용으로 요긴한 역할을 한다.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 주민들은 낮게 떠다니는 항공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초기 부산의 공항은 수영공항이다. 1940년 동래 수영강 하류 강변이 군사공항으로 개발돼 1996년까지 사용됐다. 활주로 길이는 2012m로 내륙으로 약 500m의 활주 여유공간이 보이고, 남쪽 해안은 도로와 수영해수욕장이 있는데 만약 이쪽으로 더 연장한다면 약간의 해안 매립까지 포함해 500m를 더 연장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늘어나는 제2의 도시 부산권의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작은 공항이었다. 현재는 공항 지역이 센텀시티·마린시티 등 부산의 새로운 거주지역으로 변모하고, 행정구역은 해운대구로 수영강을 경계로 수영구와 접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제주국제공항과 대한항공이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정석공항이 있다. 제주 동부에 제2 제주공항 건설에 대한 제안이 있다. 그리고 제주 서남부 송악산 인근 평탄지에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일본 군부가 만든 알뜨르비행장이 있다. 격납고 등 탐방할 수 있는 당시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되돌아보고 싶지 않지만 한국 항공사고 역사를 살펴보면 네 번의 대형 사고가 있었다. 1983년 대한항공 보잉747기가 러시아 캄차카반도에 인접해 비행할 무렵 소련 전투기에 피격돼 탑승자 269명이 사망했다. 1987년에는 북한 공작원 일당의 비밀작전으로 미얀마 안다만 해상에서 공중 폭파했고, 115명 전원이 사망했다.
1997년의 괌 사고는 악천후와 공항시설 낙후 등이 원인이 돼 214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이번 2024년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나 네 번의 대형 사고가 기록되고 있다. 두 차례는 자유권과 공산권의 지정학적 원인이었고, 나머지 두 차례는 공항 자체의 문제로 파악된다.
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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