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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간위탁 사무·보조금사업, 회계감사 필요한 이유

[기고] 민간위탁 사무·보조금사업, 회계감사 필요한 이유
이혜련 공인회계사 前 방통위 행정사무관
서울시의회는 2014년 민간위탁 사무의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탁기관이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이는 민간위탁 사업이 늘어나며 발생한 재정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2022년, 서울시의회는 외부감사 의무를 간이한 장부검사로 대체하고, 감사 수행 주체를 회계사뿐 아니라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이는 외부감사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민간위탁 사업의 재정 투명성을 후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민간위탁 사무와 보조금 사업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이러한 자금의 적정 사용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책무다. 외부 회계감사는 자금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이다. 간이한 결산서 검사로 외부감사를 대체하는 조치는 투명성과 효율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부족하면 위조, 과장, 누락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세무사가 결산서 검사를 수행하도록 한 조치는 전문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회계사는 재무 분석과 내부 통제 검토에 특화된 전문가로, 투명성과 정확성을 보장한다. 또한, 회계사들은 회계감사를 잘못 수행하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할 경우 강한 윤리규정과 법적 제재를 적용받는다. 반면, 세무사는 주로 세무 신고와 상담에 중점을 두고 있어 회계감사에 요구되는 전문적 역량과 객관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는 공공 자금 집행의 엄격한 검증을 방해하며, 감사의 질을 훼손하고 공공 자금 관리 체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회계감사 제도의 약화는 단순한 절차 변경이 아니다. 이는 공공 자금의 부적절한 집행으로 이어져 납세자에게 피해를 주고, 정부와 국민 간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다. 민간위탁과 보조금 사업은 공공서비스 제공의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부정확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경우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외부감사를 통해 드러날 수 있는 비효율적 운영 사례와 개선점이 간과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행정 절차에서 그치지 않는다. 결산서 검사로 외부감사를 대체하는 조치로 인해, 납세자들의 신뢰가 약화되고, 공공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공공 자금 관리의 불투명성은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하락시키며, 이는 국민들이 공공서비스의 공정성과 효율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민간위탁 사무와 보조금 사업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공공 자금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보장하는 필수적인 장치다.
이를 약화시키는 것은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서울시의회는 외부감사 체계를 강화하고, 철저한 회계 검증을 통해 공공 자금이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은 최우선으로 보호되어야 할 공공 자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혜련 공인회계사 前 방통위 행정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