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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조 vs 2조'… 한국, 국가 AI컴퓨팅센터 올해 첫발 딛는다 [AI 인프라 투자 경쟁 후끈]

민관합작 SPC 설립 정책금융 투입
인프라 구축 예산, 美의 0.3% 불과
업계 "좀 더 투자 빨랐으면" 아쉬움
美, 추격하는 中 견제 '주도권 잡기'

'718조 vs 2조'… 한국, 국가 AI컴퓨팅센터 올해 첫발 딛는다 [AI 인프라 투자 경쟁 후끈]
인공지능(AI)이 글로벌 패권의 중요 축으로 부상하면서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 경쟁이 달아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미국은 최소 5000억달러(약 718조5000억원) 규모의 대단위 투자에 돌입했고, 한국도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으로 첫발을 뗀다.

■韓 국가AI컴퓨팅센터 가동

정부는 총 2조원 규모의 민관 합작 '국가 AI 컴퓨팅센터' 로드맵을 내놓고 빠르면 올해 안에 서비스를 가동하겠다는 목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 AI컴퓨팅센터 추진 실행계획을 보고했다.

글로벌 AI 경쟁이 국가 간 패권다툼으로 확산되면서 첨단 반도체가 집적된 고성능 AI 컴퓨팅센터는 국가와 기업의 AI 경쟁력을 결정 짓는 척도로 부상했다. 그중에서도 정부는 AI 시대 필수적 요소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인프라를 국가 핵심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다.

민관 합작투자를 통해 SPC를 설립하고, 정책금융대출 등을 활용해 1엑사플롭스(EF·1초에 100경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처리 능력) 이상 국가AI컴퓨팅센터를 설립한다. SPC 지분은 공공 51%, 민간 49%로 총 4000억원을 출자하며 올해 서비스 조기 개시가 목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이 SPC 지분의 최대 30%(각 15% 이내)를 출자한다. 2027년까지 투자금 2조~2조5000억원을 정책금융을 통한 저리로 빌려주는데, 올해 대출지원 규모는 최대 6250억원이다.

센터 서비스 시작 초기에는 엔비디아 등 외국산 첨단 GPU 우선 구축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점진적으로 국산 AI반도체 비중을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50%까지 달성키로 했다.

국가AI컴퓨팅센터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방안도 마련됐다. 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계통 영향평가 신속처리를 지원하고, AI 분야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 추진해 민간투자를 촉진하기로 했다.

업계 평가는 긍정적이지만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대 2조원의 예산은 미국이 오늘 내놓은 718조원의 0.3%에 불과해 기술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만큼 예산을 배정하긴 어렵지만 시기상으로라도 좀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1위 수성, 中견제 나서는 미국

미국은 압도적 예산과 AI 선도 빅테크 업체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여유를 부리기 힘든 상황이다. 이번 대규모 투자의 가장 큰 동력은 중국에 따라잡히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군사적 응용을 위해 AI 개발에 몰두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사람과 유사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갖춘 AI(범용AI·AGI) 개발 경쟁에서 중국을 이기기 위해 미국이 과거 2차 세계대전 말 핵무기 개발(맨해튼 프로젝트)에 온 힘을 다한 것처럼 그에 버금가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권했다.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중국의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딥시크는 지난달 LLM 'V3'를 공개하면서 오픈AI나 메타 같은 미국 대기업들의 LLM과 비슷하거나 부분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선보였다. 동시에 미국 경쟁사보다 90% 이상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미국은 그동안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며 중국 AI 성장을 막았으나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저사양으로 구동되는 AI를 만들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중국의 AI 연구자 규모는 2022년 기준 41만명으로, 2위 인도(19만5000명)와 3위 미국(12만명)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AI 논문 발행은 같은 기간 22만건으로 미국의 세 배 수준이었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해 대선운동 당시부터 바이든 정부의 AI 규제가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20일 취임과 동시에 행정명령을 통해 국가안보 및 경제, 건강상 위험을 초래하는 AI 개발을 국가에 통보하는 의무조항을 폐지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