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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이제는 AI시대] 손에 잡히는 물리적 AI

생성형 AI 다음 단계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등
실체 있는 AI 시대 열려

[김장현 이제는 AI시대] 손에 잡히는 물리적 AI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연초부터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경쟁이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다음 날, 빅테크 업체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약 70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타게이트'라는 화려한 이름을 가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의 AI가 아닌 다음 세대의 물리적·가상적 AI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는 야심 찬 선언을 한 것이다.

스타게이트에는 일본 소프트뱅크,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오라클, ARM 등이 참여한다. 트럼프를 강력히 지지하는 텍사스주에서 시작될 것으로 알려진 이 프로젝트는 점차 다른 주와 함께 수행될 예정이며,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AI 드라이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수주 전 열린 CES 2025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기존의 AI가 인식, 생성에 치중했다면 다음 단계로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 실체가 있는 물건에 AI가 장착된 형태의 물리적 AI로 나아가게 될 것이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들이 바로 그 방향을 견인하고 있다는 주장을 한 데 이은 새로운 이정표의 제시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두 개의 플랫폼을 이용해 물리적 AI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첫째로 옴니버스는 많은 사람이 함께 영화나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각자 따로 작업하고 나중에 합치는 대신 디지털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협업해서 시간과 비용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둘째로 코스모스는 현실세계의 디지털 트윈(쌍둥이)을 만드는 플랫폼으로 AI와 로봇 기술을 결합, 현실세계에서 작동하는 로봇을 잘 훈련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돕는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다.

이러한 미국의 급박한 행보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보여준 싸고 성능 좋은 AI와 로봇 기술의 충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중국 AI기업인 딥시크는 최근 R1과 V3라는 AI 모델을 시장에 소개하면서 서구 경쟁 모델의 10% 이하 비용을 들여 개발했지만 성능은 더 낫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는 테스트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딥시크 V3는 메타의 최신 모델인 라마 3.1 버전보다 약 1.5배 더 큰 규모의 매개변수를 갖춘 모델로 여러 공신력 있는 테스트를 통해 메타 라마 3.1이나 오픈AI의 최신 모델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보여주었음에도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일론 머스크가 완전 자율주행차보다 더 서두르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영역에서도 중국의 도전은 매섭다. 중국 항저우 기반 스타트업 유니트리가 공개한 최신 버전 G1 바이오닉은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인 2만달러가량에 공급될 것임에도 고성능 센서와 알고리즘을 사용,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을 인식하고 반응하면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의료 분야에서 환자를 돌보고 수술을 지원하는 성능을 가졌으면서도 대량생산과 공급망 효율성 덕분에 로봇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다양한 상황에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인식 유연성과 인간의 관절과 근육을 모방한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리고 지체 없이 문제를 풀어내는 즉응성 등이 이러한 기술적 움직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뤄졌던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비해 실제 매출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회의론이 거세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AI가 눈에 직접 보이는 물리적 형태로 구현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시장의 우려는 점차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기술의 복합 응용능력에서 뛰어난 강점을 지닌 한국 기업들에도 이러한 흐름은 결코 불리하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연구개발 예산 규모를 키우는 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상술한 AI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한 투자가 연중 수시로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