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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의 경제산책] 새해를 맞으며

첫째도 둘째도 경제안정
투자자 의구심 해소해야
정치권 갈등부채질 안돼

[유일호의 경제산책] 새해를 맞으며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을사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었다. 매년 이맘때면 희망찬 새해 설계가 한창일 텐데 올해는 정치상황 때문에 모두가 나라걱정을 같이 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어두움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 힘차게 희망을 가지고 자기 맡은 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새해를 맞아 정부는 경제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 필자는 정치적 불안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정부는 첫째도, 둘째도 안정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추진하고 있고, 또 계획되었던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이를 수행하면서도 안정을 최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표현이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모든 경제주체에게 심리적 안정이 가장 필요한 때라 하겠다.

이를 위해 우선 기업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치적 불안정이 있다 해도 투자환경에 불안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여러 거시경제 변수에 면밀히 주의를 기울여 이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금리, 환율 등의 안정적 운용이 필요한데 이들의 '관리'는 용이하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환율은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해외 부문과 정치 상황에도 영향을 받는데, 이의 안정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외부 불안요인이 해소되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해소될 때까지는 신중한 미세조정 등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환율의 안정을 위해서는 외부 신용평가사나 외부 투자자에 대한 설득과 설명을 활발히 하여 이들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필자도 8년 전 그런 작업을 수행했던 기억이 있는데, 현 경제팀에도 그러한 역할이 요구되고 실제 매우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

금리는 한국은행 등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시장 상황 변동에 잘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 외에 여러 실물변수 변화에 대한 대응 역시 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내 소비자의 소비심리 안정을 위한 불안감 해소 역시 중요하다. 사실 작금의 정치적 비상상황이 시작되기 전에도 내수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불안이라는 내수부진 요인이 추가된 셈인데 이럴 때일수록 경제정책 운용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따라서 국민들은 경제에 관한 한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도 한마디 하고 싶다. 더 이상의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여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에 또다시 어려움을 가중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란 원래 갈등이 생기면 이를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오히려 현재 정치권이 지속적으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기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회에서 소추되었으므로 헌법재판소에서 공정하게 판결을 하도록 기다려야 하며, 그 외의 잡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의 정치적 불안 가중은 바로 경제적 불안과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엄중한 시기이므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이 시점에 국가의 장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심사숙고해서 행동해야 한다. 더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적 불안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지금 거론되는 관세율 인상, 보조금 축소 등은 다만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우리가 중심을 잘 잡고 더욱 안정적 정책운용을 해야 한다.


경제와 정치의 상호관계는 생각보다 밀접하다. 현재와 같은 큰 정치적 불안은 그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경제팀의 역할도 더 막중할 수밖에 없다. 아무쪼록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적 안정을 이룩하는 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부탁하며, 또 잘해 줄 것으로 믿는다.

前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