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은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였으나 현재는 헤이룽장성의 성도로 중국에서 10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하얼빈’은 맥주나 빙설제 등으로 유명하지만 우리에게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장소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영화‘하얼빈’(감독 우민호)은 도마 안중근 의사의 일생이 아닌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의거와 그 배경을 위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독립 운동가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안중근 의사(현빈 분)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 독립군을 이끌고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일본군들을 사살하고, 하얼빈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합니다. 이처럼 일본군과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것은 살인죄가 성립할까요?
어떤 행위가 범죄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조각사유(예, 정당방위, 긴급피난,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 등)가 없고, 책임조각사유(예, 형사미성년자, 적법행위 기대불가능성 등)도 없어야 합니다.통상적으로는 어떤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위법하고 책임이 인정되어 범죄가 성립합니다. 예를 들면, A가 B를 폭행하였을 경우, A의 행위는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며 책임이 인정되어 폭행죄가 성립합니다.그렇지만 그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방위, 긴급피난. 정당행위 등이 인정된다면 위법성이 없어서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그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하더라도 책임조각사유인 형사미성년자, 적법행위 기대불가능성 등에 해당하면 책임이 조각되어 범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은 살인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행위가 위법성을 없애는 위법성조각사유 중의 하나인 정당방위나 정당행위 등에 해당한다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긴급행위의 일종인 정당방위는 ‘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명제를 기본사상으로 하고 있습니다.정당행위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국가적, 사회적으로 정당시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형집행, 영장에 의한 구속, 압수, 수색 등과 같은 법령에 의한 행위, 의사의 치료행위, 변호사의 변호활동, 성직자의 범죄불고지 등과 같은 업무로 인한 행위 등이 정당행위입니다.
독립군들이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들을 사살한 것은 살인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위법성을 소멸시키는 정당행위로서 살해행위는 위법하지 않습니다. 독립군들이 일본군들을 사살한 것은 위법하지 않아서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또한, 대한의군 참모중장이었던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우두머리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이 살인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더라도 그 사살행위는 정당방위보다는 정당행위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하얼빈’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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