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천재' 량원펑, 펀드 운용에서 AI 모델 개발까지
최근 출시 AI 모델, 챗GPT보다 '저비용·고효율' 추구
'과잉 투자가 낫다'던 빅테크, 투자계획 선회할지 관심
[베이징=AP/뉴시스]28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사용자 휴대전화 화면에 딥시크(DeepSeek) 애플리케이션이 구동하고 있다. 2025.01.28.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가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AI(인공지능) 경쟁의 전 세계 흐름을 뒤바꿀 지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2023년 5월 창립한 중국 스타트업이다.
설립자는 중국 광둥성 출신인 1985년생 량원펑(40·梁文锋)으로, 그는 2002년 17세 나이로 저장대에 입학해 전자정보공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괴짜'로 평가 받는 량원펑은 공개 석상에도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유학이나 글로벌 업체 근무 경력이 없는 것도 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다는 배경이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통계나 알고리즘을 이용해 투자하는 퀀트 펀드에 큰 관심을 가졌다. 이때 이미 AI를 이용한 주가 변동 패턴을 분석해 투자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자기법으로 2013년부터 량원펑은 여러 펀드를 설립해 수익을 올렸고, 상당한 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설립한 하이플라이어퀀트는 지난 2021년 기준 자산운용 규모가 1000억위안(20조원)을 돌파했다. 이 펀드는 2019년부터 AI 개발 목적으로 칩을 비축했고,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량원펑은 "인간 수준의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2023년 딥시크를 설립했고, 설립 5개월 만인 2023년 11월에 첫 번째 모델인 '딥시크 코더'를 시작으로, 지난해 '딥시크-V2'와 '딥시크-V3' 모델을 연이어 출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장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이 업계 선도 모델인 오픈AI의 '챗 GPT'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AI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때문에 엔비디아의 최첨단 AI가속기인 H100 대신 성능을 다운그레이드 한 H800을 사용해 개발했다. 이 H800은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한 2년 전 출시 모델이다.
그런데도 딥시크는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앞섰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사용한 오픈AI가 최신 챗GPT에 투자한 비용 1억달러(1438억원)에 달하는 반면, 딥시크가 R1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20분의 1 수준인 557만6000달러(78억8000만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선도 업체들의 AI 모델 개발에는 최신 AI 가속기 1만6000여개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딥시크는 2000개의 고급 칩과 수 천개의 저사양 칩을 활용해 AI 모델 R1을 훈련했다고 주장한다.
딥시크의 이런 사례는 "기술 전환기 때는 과소 투자가 과잉 투자보다 훨씬 위험하다"며 수익성 논란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던 미국 빅테크(기술 대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앞으로 AI 가속기 등 설비 투자보다 딥시크처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알고리즘 개발 등을 통한 성능 향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투자 계획이 선회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다만 저비용 AI 등 AI 모델의 효율화가 기술 활용도를 높이며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일각에선 중국의 AI 엔지니어들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를 우회할 방법을 찾았다는 평가 속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딥시크 등장으로 인해 미중 간 기술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중국이 적극적인 기술 자립화를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도 들린다.
중국 총리 포럼에 참석한 량원펑. (사진=X 계정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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