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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3일 '운명의 날'…사법 리스크 해소 경영 전념 가능해지나

이재용 3일 '운명의 날'…사법 리스크 해소 경영 전념 가능해지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재용 3일 '운명의 날'…사법 리스크 해소 경영 전념 가능해지나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5.1.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재용 3일 '운명의 날'…사법 리스크 해소 경영 전념 가능해지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리올림픽 출장을 마치고 7일 오후 김포공항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8.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것인지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는 3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2심 선고가 나온다.

특히 2심에서도 무죄가 나올 경우 그동안 이 회장의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경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오는 3일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2심 선고기일을 연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항소심에서 1360쪽에 달하는 항소이유서를 내고, 증거 2000개를 새로 제출하면서 2심에서 결과가 일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는 게 법조계와 재계 관측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일부 인정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을 반영해 이 회장의 공소장을 일부 변경하기도 했다.

AI로 급변하는 시장…리스크 해소되면 해외 거래선부터 만나야 할 판

2심 결과가 유죄로 뒤집힐 경우 삼성전자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 회장은 이 사건으로 5년 가까이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1심과 2심을 합쳐 법정에 출석한 횟수만 100차례에 달한다.

지난 설 연휴에도 이 회장은 국내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명절 기간에 해외 거래선을 만나거나 해외 사업장을 점검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지만 2심 선고기일이 임박하면서 별도의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영 공백 상태가 지속될 경우 인공지능(AI)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형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이 AI 메모리 중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경쟁사에 뒤처지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지난해 DS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15조 1000억 원으로 23조 원의 영업이익을 낸 SK하이닉스에 밀렸다.

AI를 앞세운 모바일 사업(MX)에서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8.5% 줄었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이 회장이 재판받으면서 외부 고위급 인사를 만나는 데 제약을 받았다"며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야 해외 네트워킹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심 무죄 시 사실상 리스크 해소…곧바로 경영 행보 나설 듯

2심에서도 재판부가 무죄로 결론 내릴 경우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완벽히 해소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재판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이 곧바로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심 결과가 나온 후 하루 만에 아랍에미리트(UAE)와 동남아시아 지역을 두루 방문하며 해외 네트워킹에 나선 바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장을 점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로봇과 전장 사업도 이 회장의 행선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해 본격적인 로봇 사업 추진을 알린 바 있다.

이 회장의 경영 족쇄가 풀릴 경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재건도 본격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그룹의 구심점이었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국정농단 사태의 창구로 지목되며 2017년 해체됐는데 최근 삼성그룹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조타수 역할을 하는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이찬희 위원장도 지난해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도 조직개편을 통해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내에 관계사 경영진단과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사장급 조직인 경영진단실을 신설했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재건 시 경영진단실이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이견이 오갔던 컨트롤타워 재건 문제도 본격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에 구애받지 않고 사업 본연의 목적 위주로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