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지난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문제해결'을 주제로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가 개최됐다. 농업 분야 기업들은 기후변화와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기술을 소개했다. 국내 기업이 선보인 AI 작물 재배기를 비롯해 극한 환경에서 신속하게 최적의 재배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소형 스마트팜 모듈, 비탈에서도 수평을 유지하며 작업하는 로봇 등은 미래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농업 현장에는 데이터 분석 및 AI를 활용한 정밀농작업 로봇과 수확량 예측 솔루션 등이 상용화되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이제 우리 농업도 스마트농업 기술을 확산해 일손 부족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 더 맛있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비용을 덜 들이면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농산업이 자생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농업 현장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 수요가 데이터를 매개로 후방기업에 전달되고, 첨단 농산업체는 민간 투자를 활용해 정보통신기술(ICT) 장비와 솔루션을 개발·공급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 농업은 아직 스마트농업 기술이 뿌리 내릴 여건이 부족하다. 농업인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장 문제를 진단하고 스마트농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이 고수익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기술 수준 향상과 전후방 연관 산업의 성장도 요구된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 수요에 대응해 향후 5년 동안 추진할 '제1차 스마트농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마트농산업'을 비전으로 노동력 감소와 기후변화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농산업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계획이다.
첫째, 전문 경영능력을 갖춘 스마트농업인을 육성한다. 스마트농업 전문 교육기관을 확대하고,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창업실습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스마트농업관리사 자격제도를 도입해 전문적인 컨설팅 인력을 양성한다. 효과성 높고 활용하기 쉬운 품목별 맞춤 솔루션을 보급, 농업인의 기술 도입 장벽도 낮춘다.
둘째, 우리 농업 현장에 맞는 K스마트팜 기술을 고도화한다. 자율주행 농기계, 드론, 로봇 등 노지 스마트농업 관련 응용기술과 수직농장 경제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자를 강화한다. 에너지 효율화 등 비용 절감 기술의 실증과 보급도 지원하고, 시설 도입 자금도 확대한다.
셋째, 유망 기술을 보유한 농산업체를 '창업-스케일업-수출'까지 단계별로 집중 육성한다. 우수 농업회사법인은 기자재·서비스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사업범위 확대를 허용한다. 스마트팜 수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업 컨소시엄 단위 프로젝트와 현지 실증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스마트농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해 농축산물의 '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을 효율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정책 기반을 강화해 농업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농산업 구조로 전환한다. 지난해 시행한 '스마트농업법'과 제1차 기본계획을 토대로 농산업 현장의 걸림돌 규제를 개선하고 스마트팜 기술이 빠르게 보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정책 역량을 집중해 2029년까지 기후 민감도가 높은 밭작물과 과일 주산지 면적 20%에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스마트농업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첨단 기술을 확산해 전국 5억5000만㎡ 온실의 35%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한다. K푸드가 글로벌 식탁으로 진출하는 요즘 더 좋은 먹거리를 더 스마트하게 생산해 농업인과 기업, 소비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스마트농산업 생태계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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