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에 관세 리스크 확대
안전자산 선호… 6개월째 순매도
네이버·한화에어로 등은 사들여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딥시크 쇼크에 강달러,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보름간 2조6000억원어치를 넘게 팔아치웠다. 지난달 전체로 기간을 늘려보면 무려 6개월째 순매도다. 다만 이 같은 매도 행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방산 업종은 꾸준히 사들이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보름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634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9736억원, 3027억원어치를 사들인 것과 대조적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 행진을 보였다. 지난달 3일부터 9일까지 무려 5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매도 우위로 돌아선 외국인은 지난달까지 6개월째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우려와 달러 강세, 딥시크 충격에 따른 인공지능(AI) 피크아웃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 부과로 본격적인 무역 전쟁이 펼쳐질 경우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또 달러 강세, 원화 약세 기조에서는 외국인의 환손실 위험이 커진다.
국내 경제 성장률에 경고등이 켜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1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3% 줄어 16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국내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외국인의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수출이 늘어야 경제가 성장하는 구조인데 수출이 줄고 있고, 관세 우려까지 더해지니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도 공세를 펼치는 외국인에게도 순매수 종목은 있다. '인터넷'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0일이후 외국인은 네이버를 1192억원어치 사들이며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였다.
딥시크의 등장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구조적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AI 서비스 확장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멀티플(기업가치 산정에 쓰는 배수) 증가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증권 이준호 연구원은 "딥시크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에서 분명한 사실은 오픈소스 모델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점과 AI모델의 가격은 점점 낮아진다는 점"이라며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고성능 AI 모델이 낮은 가격으로 제공되는 현 추세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자동차 부품'과 '방산'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해당기간에 외국인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각각 544억원어치, 482억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6위와 7위에 올렸다. 방산 업종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을 각각 344억원어치, 29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다올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으로 자동차 산업은 미국 내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GM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GM과 최근 협력 관계가 가장 활발하고, 미국 매출액 비중이 20%에 달하는 현대글로비스도 후광 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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