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실적개선·조직 재정비 우선
컨트롤타워 ‘미전실’ 복원 가능성
불확실성 해소 글로벌 행보 본격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가까이 옥좼던 사법리스크에서 사실상 벗어남에 따라 삼성전자 위기론 해소 노력과 함께 '뉴 삼성 구축'으로 본격 기류 전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수의 정식 경영복귀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1등 전략도 정상궤도로 재진입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뉴 삼성…'이재용 시대' 열어갈 듯
3일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항소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무죄를 받아냄에 따라 실적개선 등 내실경영에 주력하는 한편 정식으로 경영복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실적 개선, 조직 재정비 등 내실경영이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 위기론의 진앙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및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재점검을 필두로 조직 재정비, 인공지능(AI)및 바이오 분야 투자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는 지난 2021년 이 회장이 새로운 그룹의 비전으로 제시한 '뉴 삼성'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총수의 재판일정으로, 약 3년3개월간 지연되다시피 했던 뉴 삼성 비전도 이제 '동결해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삼성 비전 추진 가속화를 위한 등기임원 재선임,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작업도 속도감 있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 중이던 지난 2019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5년 넘게 미등기 임원이다. 주요 4대 그룹 중 총수가 미등기 임원인 곳은 한 곳도 없다. 평소 이 회장이 책임경영을 강조해 온 만큼 이사회 멤버로 참여, 정식으로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현재 삼성 반도체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해선 대외적으로 이 회장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며, 이를 위해 등기임원 복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달 말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등기임원 복귀로 중지를 모을 경우 현재 가장 빠른 시기는 다음 달 19일(셋째주 수요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다. 완전한 의미에서 경영복귀가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 2017년 그룹 쇄신책으로 해체했던 미래전략실도 발전적으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글로벌리서치에 계열사 주요 사업부의 사업활동을 점검하는 경영진단실을 신설, 옛 미전실 기능을 사실상 일부 복원한 상태다. 장기간에 걸친 총수 공백과 미전실 해체는 삼성이 여러 사업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경영 불확실성 해소" 안도
장기간 총수의 경영공백을 겪어온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무죄판결이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 총수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내부적으로 무척 안도하고 있다"면서 "본연의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등 내실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진행된 검찰 수사 및 재판으로 이 회장의 경영활동은 사실상 마비상태였다. 이 회장은 일부 유죄판결 뒤 사면·복권된 국정농단 사건으로 약 560일간 구속수감됐었으며, 2020년 9월부터 4년5개월간 진행된 이번 계열사 합병 등의 사건에서는 총 102회 직접 재판에 출석했다. 글로벌 시장 급변기 해외출장에 제동이 걸렸으며, 주요 의사결정도 차질을 빚었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사실상 완전히 걷힘에 따라 대외활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서울 회동이 예상된다. 삼성의 대미 사업리스크 해소를 위해 '이재용 인맥'을 총가동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접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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