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기술 접목 큰힘
농촌 인력부족 해결 위해
농업이민 도입 공론화를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업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이며,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산업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농업은 매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 농업인은 농업노동력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 덕분에 바둑판처럼 잘 정비된 생산기반과 선진국 수준의 농업기술을 확보했고 기계화율도 벼농사는 99%, 밭농사는 63%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63%가 산지여서 농경지는 고작 15%인 150만㏊뿐이다. 국민 1인당 경지는 90평 정도로 부득이 사료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열량(칼로리) 기준 자급률은 약 33%에 불과하지만 축산물 약 67%, 과실류 75%, 주곡인 쌀과 신선채소 대부분을 자급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농업인력 감소와 농촌 초고령화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업생산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지난해 농업분야에 배정된 외국인 근로자는 이미 역대 최대 규모인 7만7000명을 넘어섰다. 2023년 5만명에서 1년 만에 50% 이상 늘었으며, 2021년과 비교하면 6배쯤 증가했다. 노동력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기상재해와 수시로 발생하는 가축 질병은 농업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취약한 농업환경을 가진 우리가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기후변화, 질병, 전쟁 등으로 농산물의 정상적인 교역이 어려울 경우 세계 7위 식량 수입국인 우리 입장에서는 순식간에 재앙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취약한 농업구조를 극복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합리적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농업과 첨단 과학기술, 이종(異種)산업 간 융합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생산·가공·유통이라는 전통적 농업 범주에 최근에는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됨에 따라 농업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AI,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맞춤형 농업기반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우리는 한국형 스마트팜 개발을 추진하면서 작물 재배환경과 동물 사육환경 관리에 센서와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아울러 거점별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청년농업인과 기업, 기술 확산을 촉진할 전문가의 역량 강화와 함께 원예·축산시설 스마트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농업생산의 20% 가까이가 스마트농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모든 산업의 구석구석까지 전파되고 있고, 생성형 AI 기술 적용이 산업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2024 CES에서 세계 최고의 농기계 기업인 존디어는 농기계의 자율주행 솔루션과 지능형 농기계를 선보였다.
국내도 온실과 축사의 스마트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동시에 이앙기, 트랙터, 방제기 등 주요 농기계가 자율주행으로 개발되거나 보급이 시작됐고 농업 현장 깊숙이 로봇 활용도 늘어나고 있다. 노동력 부족과 잦은 기상재해, 질병을 극복하고 고품질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첨단기술 농업국가로 도약이 불가피하다.
다음으로 농업노동력 확보를 위해 농업이민과 같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농가 경영주 평균연령은 지난해 69세로 매년 약 1세씩 늘고 있고, 농가인구의 절반이 65세를 초과하는 극단적 초고령사회가 된 게 현재의 농촌이다.
오래지 않아 농업 문제가 심각한 국가적 이슈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고 부정적 인식이 적은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농업이민을 도입하는 문제를 공론화할 것을 제안한다.
기존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제 등을 통해 한국 농업에 이미 경험을 갖고 있는 수십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치밀하게 제도를 설계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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