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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공휴일에 문여니… 골목상권도 함께 매출 늘었다[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1년]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 가보니
유동인구 늘면서 상권 활성화
"물건 조금 살 때는 동네슈퍼로"

대형마트 공휴일에 문여니… 골목상권도 함께 매출 늘었다[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1년]
일요일인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마트 양재점은 지난해 1월부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다. 사진=노유정 기자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아졌죠."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에서 만난 소비자 김모씨(58)는 이같이 말했다. 서초구에서 지난해 1월 28일부터 관내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의무휴업일을 주말 대신 평일로 전환한 지 1년이 지났다. 당초 대형마트가 휴일에 쉬면 인근 상권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에서 마련된 유통산업발전법 규제를 그나마 서초구가 처음 평일로 완화한 것이다.

■평일 전환 후 마트·상권 동반성장

이날 오전 11시 이마트 양재점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분주했다.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서 주 2회 평일(양재점은 둘째·넷째 주 수요일)로 바꾸면서 서초구 대형마트 2곳 모두 전년 대비 객수가 늘었다. 평일 전환 이후 A마트는 5%, B마트는 3.4%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상권도 대형마트의 휴무일 평일 전환 후 매출과 유동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신용보증재단 정책연구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4월 서초구의 인근 상권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다. 유동인구도 지난해 3월 10.0%, 4월 6.2%씩 증가했다.

서초구의 실험 결과 대형마트 휴일 영업이 골목상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초구 주민 이모씨(60)는 "물건을 조금 살 때는 가까운 동네 슈퍼를 여전히 찾는다"며 "그래도 자체브랜드(PB)나 다양한 물건을 사고 싶을 때는 휴일을 이용해 마트를 찾는 편이라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도, 시장도 외면

특히 이마트 양재점에서는 카트에 어린 자녀를 태운 맞벌이 부부들이 많았다. 서초구에서 6년 이상 거주했다는 김모씨(36)는 1년 전 대형마트가 주말에 문을 닫았을 때도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돌보면서 장을 봐야 하는데 아이를 데리고 나오기에 편하고 따뜻한 실내 마트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일요일에 마트가 문을 닫으면 그 전날이나 다음 날 물건을 사지 굳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에서 대형마트 쇼핑을 위해 찾아온 주민들도 있었다. 이날 강남구 주민 김모씨(42)는 차로 20분 거리인 이곳을 찾았다. 그는 "맞벌이라 주말에 쉴 때 한번에 필요한 물건을 모두 사는 편"이라며 "집 근처 마트가 휴일에 문을 닫을 경우에도 양재점을 오는데 차를 이용하다 보니 주차가 불편한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입법 취지인 골목상권 침해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대형마트가 소비침체와 이커머스 공세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상황에서 의무휴업이라는 철 지난 규제는 서둘러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12년 전에는 사람들이 마트 대신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 간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규제를 만들었지만 현재 실태와는 맞지 않다"며 "이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유통업 전반이 바뀌면서 대형마트가 오프라인 유통업계 1위 업태에서 꼴찌로 추락해 존폐 위기에 놓여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대형마트에 사람이 몰리면 손님들이 그 주변 시장도 가고, 외식도 하면서 상권 매출이 다 같이 커지는 편"이라며 "내수시장이 최근 1년 동안 망가져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더욱 확대하는 등 전면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 지역 자치구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은 서초구를 시작으로 동대문구, 중구에 이어 지난 6일 관악구까지 동참하며 4곳으로 늘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