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 국내 시장 직진출 움직임
1년 반만에 이용자 수 17배 늘자
인력 채용·물류시스템 구축 검토
무역전쟁 대체지로 韓 시장 낙점
값싼 재고물량 밀어내기 나설 듯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략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알리에 이어 테무가 한국 법인 직원 채용에 나서는 등 국내 시장 직접 진출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미·중 관세전쟁 속에 알리에 이어 테무까지 한국 시장을 대체지로 낙점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생존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온라인 쇼핑 플랫폼 테무가 한국시장 직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홀딩스(PDD) 자회사인 테무는 지난해 2월 '웨일코 코리아 유한회사'라는 국내 법인을 설립했지만 한국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인사(HR), 총무, 물류 등 핵심 직군의 한국 직원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진출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류시스템 구축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금까지 테무는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복수 업체에서 한국 내 '라스트마일'(주문한 물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 물류를 담당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본사 차원에서 공개입찰을 통해 한국 주요 물류업체와 계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신세계그룹 계열인 G마켓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이미 한국 시장에 깊숙히 들어온 알리익스프레스와 함께 C커머스의 영향력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실제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쇼핑애플리케이션(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보면 쿠팡이 1위로 3303만명이고, 2위 알리익스프레스(912만명), 3위 테무(823만명) 순이다. 지난 해 8월만 해도 3위였던 11번가를 제치고 테무가 MAU 기준 국내 온라인쇼핑업계 3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이용자 증가폭도 폭발적이다. 테무는 2023년 8월 한국 시장에 첫 진출했는데 1년 반 사이에 52만명에서 800만명대로 이용자 수가 17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약 5년에 걸쳐 확보한 고객을 2년도 안돼 가져간 것이다.
테무는 새해 들어 '홀리데이 프로모션 90%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사은품 증정 행사를 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용자 수 증가를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 품질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며 최근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증 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고 제품 테스트를 강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테무가 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테무는 글로벌 이커머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온라인 쇼핑몰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면 C커머스들이 미국 외 새로운 시장 개척에 한층 공격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지난 5일 '소액 물품 관세 면세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혀 사실상 미국에서 중국 이커머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침투율이 높은 국가에 미국에 팔지 못하는 값싼 재고 물량을 밀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 유럽에서 알리익스프레스를 압도한 노하우를 가진 테무는 이미 할인 마케팅만으로 국내 사용자 800만명을 넘긴 상황인데, 본격적인 셀러 모집 등 사업에 시동을 걸면 두려운 존재가 될 것"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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