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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적자에 인력도 없는데… 밸류업 공시, 꿈도 못꾼다" [밸류업 1년, 사각지대 코스닥 (上)]

코스닥기업 75개사 설문조사
"밸류업 공시 검토 안한다" 52곳
상반기 공시예정기업 5곳에 그쳐
"인센티브 부족 아쉬워" 한목소리

"장기간 적자에 인력도 없는데… 밸류업 공시, 꿈도 못꾼다" [밸류업 1년, 사각지대 코스닥 (上)]
코스닥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 발표를 망설이는 가장 큰 원인은 실적 부진과 인력 부족 문제였다. 한정된 IR 인력으로 장기간 적자를 밸류업 공시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첫 시작부터가 막막하다는 게 업체들의 전반적인 기류다. 밸류업 공시를 긍정 검토 중인 기업들은 추가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적부진에 인력부족, 엄두가 안나

10일 파이낸셜뉴스가 코스닥 상장기업 75곳을 대상으로 밸류업 공시계획 및 평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중 밸류업 본공시를 완료했다고 답한 기업은 겨우 3곳에 그쳤다. 본공시를 하지 않은 72곳 중 52곳은 밸류업 공시를 검토하고 있지 않았다. 이 중 과반수는 밸류업 공시를 검토할 인력·시간 등 여력이 부족하다(53.8%)고 답했다. 뒤이어 '중장기 계획을 온전히 이행하지 못했을 때의 부담감'(17.3%), '기업 외형성장에 더 집중하기 위함'(9.6%) 등을 밸류업 공시 미검토 이유로 꼽았다.

기업들 상당수는 장기간의 실적 부진을 밸류업 공시에 담기가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3·4분기 누적 순이익 적자기업 수는 2023년 443곳에서 지난해 484곳으로 늘었을 정도로 전체 코스닥 기업의 40%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바이오 관련 A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이 진행 중임에 따라 현재까지 마땅한 성과가 없고, 매출 실현 시점이나 배당 가능 예상 시점이 불분명해 공시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연구개발에 따른 매출액 부족 등으로 밸류업 공시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부재한 기업들 대상으로 가이드라인 및 참고 사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별 세부 공시 방법 안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C사 관계자는 "업종별, 케이스별 다양한 공시 사례가 필요하다"며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는 엄두도 못 내고 있어서 기초단계에서의 회사별 개별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코스닥 특성상 대기업과 협업 과정에서 사업 변동성이 큰 경우 관련 내용을 밸류업 공시에 기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제기됐다. D사 관계자는 "고객사와 사업 축소·단가 인하 등의 사업 자체 리스크가 많다. 밸류업 공시를 유인하려면 이러한 리스크를 감내하고도 이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사업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업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대기업이 대부분인데, 중소기업 입장에선 밸류업이 너무 먼 얘기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코스닥 밸류업, 시장소통에 맞춰야

밸류업 공시 참여를 긍정 검토 중이라고 답한 기업은 72곳 중 20곳에 그쳤다. 다만 이 중 10곳은 공시 발표 시기에 대해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올해 상·하반기 공시 예정인 기업은 각각 5곳, 2곳에 그쳤다.

이들 기업이 밸류업 공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된 요인은 '기업의 인지도 상승'이었다. 11곳은 밸류업 공시를 통해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하고 기업 대외적 가치를 끌어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밸류업 지수에 대한 기대감을 검토 요인으로 꼽은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밸류업 공시를 검토 중인 기업을 중심으로 세제혜택을 포함한 실질적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코스닥 기업들의 진입 확대를 원한다는 답변이 잇따랐다. 현재 코리아 밸류업 지수 내 코스닥 기업은 전체 105개 종목 중 33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실적 흐름이 좋지 않아 밸류업 공시를 망설이는 기업에 대해 원인별 대응전략을 차별화해 공시에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적자를 내고 있어도 향후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업이 사업 측면에서 나아갈 방향을 공시에 충실히 담아내면 된다는 설명이다.

신장훈 삼정KPMG 밸류업지원센터장은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코스닥 기업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단기간 영업적자 개선 가능성을 시장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주환원 측면에서 배당 가능 이익이 부족한 경우 미래 수익성 개선을 통한 주주환원의 계획과 방향성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