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에이링크 CI. 디엔에이링크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희토류 영구자석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디엔에이링크의 제품 양산을 책임지고 있는 기술책임자 겐지 고니시 부사장은 11일 "충분한 규모의 공장을 확보했고, 핵심 장비는 이미 발주를 마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디엔에이링크는 최근까지 신사업 추진을 위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이를 통해 260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했고, 향후 유상증자를 통해 170억원을 추가적으로 조달할 예정임을 공시했다. 또 최대주주도 기존의 오르비텍에서 북미 1위 물류기업 주성씨앤에어로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향후 신사업 추진을 위한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다음은 겐지 고니시 부사장 일문일답
-어떻게 영구자석 업계에 몸담게 됐나.
▲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졸업논문으로 희토류 영구자석에 관해 작성했던 것이 시작이다. 그 이후 대학원 석사과정에서도 영구자석과 관련한 연구를 계속했기에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영구자석 제조기업에 취직하게 됐다. 첫 직장인 산토쿠는 지금은 히타치에 인수됐지만, 희토류 영구자석에 관해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회사였다. 산토쿠에서 영구자석 사업부에 보직을 받아 영구자석 생산 및 연구와 관련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었다. 산토쿠에서는 일본, 미국, 중국 등지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중국 공장에서 일했던 것이 그 이후 중국의 'JL MAG'로 이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영구자석 공정은 11개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나.
▲산토쿠에 근무하면서 줄곧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과 관련된 업무에 집중했다. 산토쿠 중국 공장에서 근무한 것이 특이한 커리어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산토쿠 중국 공장에서 맡게 된 보직은 영구자석 회사에 납품할 자석 합금 재료를 스트립 캐스팅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것이었다. 스트립 캐스팅 공정은 영구자석 생산 공정 중 가장 앞에 위치한 공정이다. 그런데 산토쿠는 합금 판매시 스트립 캐스팅 공정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자석 생산공정을 전부 수행해 해당 합금이 최종적으로 높은 품질의 영구자석을 생산해낼 수 있는 수준인지를 자체적으로 검증하는 내부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해당 보직에서 후공정 일부를 제외한 모든 공정을 직접 관리하는 특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자석 제조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담당한 1~2가지의 공정에 대해서만 공정 노하우를 갖추게 되지만, 모든 공정의 양산설비를 직접 다루는 것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대부분의 공정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갖출 수 있게 됐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가와 마사토 박사와도 인연은.
▲산토쿠에서 근무하던 당시 스미토모와 산토쿠의 합작공장에 배치되면서 사가와 박사와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다. 사가와 박사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장본인이고 지금까지도 자석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을 계속 하고 있다. 중국의 JL MAG에서 근무할 때도 공장에 방문해 주고 연구개발 또한 협력해 줘서 고품질 자석 생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디엔에이링크에서도 중희토류 저감, 품질 개선 등에서 연구개발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산토쿠 중국 공장 재직 이후에 JL MAG로 자리를 옮기고 어떤 역할을 했나.
▲산토쿠 중국 공장에 재직하고 있을 때 JL MAG가 같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보니 해당 회사의 임원들과 자연스럽게 관계가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JL MAG의 대표가 직접 찾아와 회사에서 두번째로 높은 자리를 제안하며 영구자석 양산 총 책임자를 맡아 달라고 했다. 지금은 JL MAG 가 세계 최고 영구자석 제조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총 생산능력이 5000t도 되지 않는 세계 10위 정도의 업체였다. 자석 생산량의 70~80%는 마진이 아주 낮은 저사양의 영구자석이었다. 이를 개선하는 큰 역할이 도전 욕구를 자극했고 그 외의 조건도 워낙 좋았기 때문에 결국 JL MAG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합류한 이후 바로 생산 설비와 양산 시스템 전체를 살펴봤다. 고품질 자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트립 캐스팅 공정을 통해 만든 합금을 3.5미크론까지 미분쇄할 수 있어야 그 이후의 자장프레스나 소결 공정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 그 당시 JL MAG의 라인은 아무리 공정을 개선해 봐야 3.8미크론이 한계였다. 설비 검토 결과, 입도 개선을 위해서는 스트립 캐스팅 공정부터 미분쇄 공정까지 모든 생산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만, 이미 수주한 물량을 정상적으로 납품하기 위해서는 자석 생산을 멈출 수 없었기에 양산 체계를 유지하면서 공정을 최대한 개선하면서 가장 시급한 장비부터 점진적으로 직접 설계한 장비로 교체하는 방식을 택하게 됐다. 생산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결국 JL MAG 공장에서 UH, EH 등 높은 등급의 자석을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제품 품질이 개선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BOSCH, BYD 등 큰 고객사들이 찾아오게 됐고, 그 이후 JL MAG는 생산능력을 1만5000t까지 확대하면서 세계 최고의 영구자석 제조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디엔에이링크 부사장으로 합류한 계기는.
▲JL MAG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해당 기업의 양산 시스템 전체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에 도전했고 그를 성취했다. 그를 통해 제품 전반의 품질을 개선했을뿐만 아니라 생산능력까지 대폭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디엔에이링크 이준영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비중국산 자석에 대한 수요가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가고 있으나, 중국 기업 이외에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영구자석 기업들은 해외 수출량 증대나 설비 증설에는 관심이 없어 해당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에게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 있게 들려왔다. 증설 같은 큰 의사결정에 최소 4~5년의 긴 시간이 필요한 일본 기업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완전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 양산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은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게다가 이 대표는 글로벌 사업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까지 가지고 있었다. 사실 희토류 영구자석 사업 추진을 위해서 가장 선행돼야 할 부분은 희토류 원료 조달이다. 이 부분은 이미 이 대표가 미국의 'MP Materials' 나 호주의 'Lynas' 광산과 거래 관계를 만들어 놓은 상황이었기에 기술력과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활용해 양산 시스템만 갖추면 되는 게임이라고 판단했다.
-디엔에이링크에 합류한 이후 상황은.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를 한다는 것은 큰 투자비용이 필요한 사업이었다. 영구자석 생산에는 총 11개의 공정이 필요하고, 이를 한 줄의 생산라인으로 구축하는 경우 그 길이가 250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따라서 아주 큰 공장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공장 내에 배치할 장비 구입에도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고품질 영구자석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스트립 캐스팅 장비나 제트밀 같은 핵심 장비들을 모두 값비싼 일본산으로 확보해야 하니 총 200억~300억원의 투자비용이 필요했다. 사업 준비 초반에는 투자 자금 마련 등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여러 번의 투자 유치를 통해 영구자석 1000t 생산에 충분한 규모의 공장을 확보했다. 핵심 장비 대부분을 발주하는 것까지 마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디엔에이링크 영구자석 사업부의 임직원들과 인간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지금은 올해 7월도 예정된 영구자석 시생산을 준비하기 위해 디엔에이링크 충남 예산 공장에 상주하고 있다.
-디엔에이링크가 희토류 영구자석을 생산할 수 있나.
▲당연하다. 디엔에이링크는 원래 희토류 영구자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유전체 분석이 주업이었지만, 이미 충분한 규모의 공장을 확보했고 핵심 장비는 발주를 마친 상황이다. 기존에 거래해왔던 일본 생산 장비 업체인 호소카와와 ULVAC에 JL MAG 근무 당시 사용하던 것과 동일한 장비 제작을 요청했기에 시행착오가 거의 없이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를 운영할 기술 인력들의 경우에는 함께 일한 경험이 있었던 유능한 엔지니어들울 일본에서 데려왔다. 전부 히타치, TDK 등 굴지의 영구자석 제조기업에서 풍부한 양산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램프업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장비 업체들과 오랜 거래 경험이 있어 납품 받을 장비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고, 거의 30년동안 해당 장비들을 다뤄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디엔에이링크 영구자석의 타겟이 되는 적용 제품은.
▲디엔에이링크 공장은 앞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춘 영구자석을 생산할 예정이다. 전자제품용 자석 등 저마진 영구자석 비율을 최소화하고 전기차 구동모터용 영구자석 등 고마진 제품의 비율을 높여 수익성이 매우 높은 공장을 만들 예정이다. 따라서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용 제품보다는 전기차 구동모터용, 대형선박 축발전기용, 대형 드론용 등 높은 보자력을 요하는 제품이 디엔에이링크 영구자석의 주 타겟이다.
-전기차 구동모터용은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가 매우 까다롭다. 대응 전략은.
▲산토쿠 재직 시절부터 고품질 자석 생산 전문 엔지니어였다. 또 JL MAG에서는 보쉬나 BYD 등 전기차 구동모터용 자석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아주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 및 공장 실사를 여러 번 대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 UH, EH 등급의 자석생산이 가능하냐는 문의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어 해당 제품과 관련한 실사 대응 또한 시생산 준비와 병행할 예정이다.
-향후 포부는.
▲약 30년간 영구자석 업계에서 종사하면서 쌓아온 제 경력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영구자석 산업 또한 큰 변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큰 역할을 해낸 엔지니어로 남고 싶다. 앞으로 디엔에이링크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서방의 영구자석 수요에 대응해 최고 품질의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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