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차 미국서 질주
지난 2011년 쏘나타·K5 첫 출시 이후
14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 돌파
美트럼프 대통령, 철강 이어 자동차도 관세 언급
하이브리드차 韓수출 중심 구조 벗어나
美 판매분은 현지생산 대폭 확대
국내 공장 일부 위축 불가피 우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한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기아,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 추이> |
(단위: 대) |
구분 |
현대차·기아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
2011년 |
13,491 |
2012년 |
27,641 |
2013년 |
37,158 |
2014년 |
34,827 |
2015년 |
31,576 |
2016년 |
25,103 |
2017년 |
55,684 |
2018년 |
51,445 |
2019년 |
44,426 |
2020년 |
31,229 |
2021년 |
90,614 |
2022년 |
124,191 |
2023년 |
183,541 |
2024년 |
222,486 |
2025년 1월 |
16,591 |
합계 |
990,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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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자료: 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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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차종별 미국 하이브리드차 판매> |
(단위: 대) |
차종 |
미국 시장 누적 판매대수 |
현대차 쏘나타 |
183,734 |
기아 니로 |
173,128 |
현대차 투싼 |
162,064 |
기아 스포티지 |
102,800 |
현대차 싼타페 |
78,676 |
현대차 구형 아이오닉 |
77,121 |
기아 K5 |
70,969 |
기아 쏘렌토 |
69,482 |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
62,992 |
기아 카니발 |
9,037 |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자료: 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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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포함)가 미국 시장에서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1년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아 K5 하이브리드가 미국 시장에서 첫 판매를 시작한 지 1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지속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세제혜택) 폐지 또는 축소를 예고하면서 현대차·기아는 올해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언급한 만큼,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 대량 생산에 나설 방침이다.
■"포 아메리칸스" 강조한 무뇨스 사장
1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 누적 판매량은 이달 기준 100만대를 돌파했다. 올 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99만3대이며, 이달 100만대 판매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가 100만대 판매 고지를 넘어선 것은 2011년 첫 차량 출시 이후 14년 만이다.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차를 처음 내놓은 2011년만 하더라도 양사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1만3491대에 불과했지만 구형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니로 하이브리드가 출시된 2017년에는 5만5684대로 커졌고, 투싼·싼타페·쏘렌토·아반떼 하이브리드가 추가된 2021년에는 9만614대까지 확대됐다. 그러다 2022년에는 12만4191대, 2023년 18만3541대,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현지에서 출시된 지난해에는 22만2486대까지 증가했다.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차의 호조세로 작년에만 미국 시장에서 전체 차량 판매 17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조금 정책 폐기·축소를 언급하고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에서 하이브리드차 대량 생산으로 이를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미국은 현대차그룹이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으로 전체 판매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실제 올 1월 현대차의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임기를 시작한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는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례적으로 '포 아메리칸스(for Americans)'를 언급하며 "미국에서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 미국인들을 위해 의미 있는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40년 가까이 미국 사회에 중요한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미국에 투자한 금액만 205억달러(약 30조원)"라고도 했다.
과거처럼 북미권역본부장 입장이 아닌 현대차 전반을 아우르는 CEO 입장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들지 않고 미국에서의 사업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공표했다는 분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 게시글은) 현대차그룹이 지금까지 미국 경제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美판매 확대 핵심 키는 HEV 현지생산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는 자동차로 규모는 347억4000만달러(약 50조원)다. 수출 규모가 제일 큰 만큼 관세 부과에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분의 절반 가량은 국내 공장에서 만드는데, 특히 하이브리드차는 대부분 한국에서 생산한 후 미국으로 수출해 판매하는 형태여서 타격이 더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파는 하이브리드차는 현지에서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싼타페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월 3000~5000대 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만 만들었던 제네시스도 GV70의 경우 앨라배마 공장에서 월 1000대 이상을 생산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 조지아 웨스트포인트 공장, 조지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미국에서만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기존 몽고메리 및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내연기관차 공장은 하이브리드차 생산 라인으로 개조하고, HMGMA에서도 당초 계획 보다 하이브리드차 생산 비율을 대폭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이브리드 차종수도 대폭 확대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 2세대 신형 현대차 팰리세이드에 이어 북미 전략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신형 기아 텔루라이드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된다.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도입도 서두른다. 다만 미국 현지 생산이 늘어날수록 국내 공장은 일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현실화 될 경우 미국에서 수요가 많은 SUV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차 현지 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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