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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 오를때 대구 2% 내렸다... 대출규제의 역설 [부동산 양극화 부른 대출규제]

'DSR 2단계' 시행 5개월
서울-지방 부동산 양극화 심화
지역은 대도시도 집값 맥못춰
준공후 미분양 주택도 급증

강남 3% 오를때 대구 2% 내렸다... 대출규제의 역설 [부동산 양극화 부른 대출규제]
시장침체에 대출규제까지 겹치면서 지방 주택시장이 초토화되고 있다. 자금 옥죄기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 9월부터 대구 아파트 값이 2% 이상 하락하는 등 전 지역에서 낙폭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악성 재고인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는 등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대출규제 차등적용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금융당국 등 정부는 추가 지원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11일 파이낸셜뉴스가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값 통계를 활용해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 초까지 5개월여간 아파트 값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지방만 더 침체의 늪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4년 9월 초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하며 돈줄 죄기에 나선 상태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해 9월 2일부터 올 2월 3일까지 지방 아파트 값은 -0.74% 변동률을 기록했다. 5대 광역시는 1.02% 하락했다. 지방 14개 시도 가운데 13곳에서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특히 대구는 이 기간 아파트 값이 2.18%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출규제 이후 5개월여간 서울 강남4구 아파트 값은 2.10%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는 2.80%, 서초구는 2.66% 오르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강남4구 아파트 값은 규제 시행 전인 1~8월에는 4.63% 상승했다. 대출규제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서울 아파트 값이 상승하자 내놓은 대출규제가 예상대로 지방 시장을 더 옥죄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도 대출규제 이후 늘고 있다. 규제 이후 불꺼진 집이 더 늘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악성 미분양의 80%가 지방에 몰려 있다. 대구(2674가구), 전남(2450가구), 경북(2237가구) 등은 악성 미분양이 2000가구를 넘어서기도 했다.

건설·개발업계는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에 지방 시장을 살리기 위한 추가적인 파격 지원방안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부동산발 불황이 지역경제 전체를 잠식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방은 상황이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금융당국 등 정부는 시장이 더 망가져야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 타이밍을 놓치면 약발도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출규제를 하게 되면 특정 지역 및 단지에 수요가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어 결국 양극화만 더 심해진다"며 "대출 규제정책을 연기하거나 차등적용을 하는 등 지방을 살리는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도 "다주택자들이 임대 등을 목적으로 지방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