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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게맛을 알아?" 울진에서 게맛 좀 보고 왔습니다

28일부터 후포항 일대서 '울진대게축제'

"니들이 게맛을 알아?" 울진에서 게맛 좀 보고 왔습니다
경북 울진 후포항 붉은대게 위판장 / 울진군 제공

【울진(경북)=정순민 기자】 "니들이 게맛을 알아?"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속 주인공처럼 분장한 원로배우 신구가 커다란 게를 베고 누워 이렇게 말한다.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모았던 롯데리아 게살버거 광고의 한 장면이다.

게맛을 실컷 볼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3일까지 경북 울진 후포항 일대에서 열리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다. 대게가 제철인 지금 이곳에 가면 게맛을 좀 알게 될지도 모른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울진에서 게맛 좀 보고 왔습니다
울진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2월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울진에서 게맛 좀 보고 왔습니다
울진대게 볶음밥 / 울진군 제공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울진대게

대게 생산량 1위인 경북 울진은 대게 원조마을로 통한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대게는 고려시대 때부터 울진의 특산물로 이름을 알렸다.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대게는 찬바람이 불어야 속이 찬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2월부터 잡힌다. 대게축제가 매년 2월을 전후해 열리는 이유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대(大)게'가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나온 8개의 다리 마디가 대나무를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고깃배 한 척에 2∼3마리만 나올 정도로 귀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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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붉은대게 / 울진군 제공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왕돌초는 맞잠, 중간잠, 셋잠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뤄진 수중 암초지대로, 넓이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다. 울진 어부들은 이곳에 어망을 던져 대게를 잡는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살짝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뚜껑을 열어 흰 쌀밥에 비벼먹는 게장도 별미지만, 게 다리를 넣고 끓인 게라면도 일품이다.

이곳의 주인공은 대게만이 아니다. 울진에선 흔히 '홍게'로 불리는 붉은대게도 많이 잡힌다. 홍게는 생김새가 대게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더 강하다. 대게와 홍게는 생물일 땐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찐 다음 배 부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배딱지가 하야면 대게, 붉으면 홍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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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금강송 군락지에 조성된 금강송 에코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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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묵었다 갈 수 있는 금강송 에코리움 객실 / 울진군 제공

"산으로, 바다로" 1박2일 울진 즐기기

대게로 두둑하게 배를 채웠다면 이젠 유람을 떠날 차례다. 울진의 핫플레이스는 주로 바다 쪽에 몰려 있지만 그렇다고 가볼만한 산과 숲, 계곡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중 대표 선수가 울진 금강송 군락지와 불영사 계곡이다. 덕구온천이 있는 덕구계곡과 백암온천이 있는 신선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금강송 군락지에 자리한 금강송 에코리움은 울진 금강송을 테마로 한 체류형 산림휴양시설이다. 조선시대부터 왕실에서 철저하게 보존해온 금강송 숲길은 대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쉬엄쉬엄 걷기에도 좋다.

금강송 에코리움은 금강송 테마전시관을 비롯해 친환경 객실, 치유센터, 숲체험길, 찜질방, 북카페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하루 묵으면서 몸과 마음을 쉬게 할 수 있다. 다만 이곳은 '디지털 디톡스'와 '리버스(Re:Birth) 스테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객실에 TV가 없고 디지털 기기의 사용도 일부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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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사찰인 불영사는 스님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사찰 음식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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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불영사계곡 / 울진군 제공

금강송 에코리움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불영사 계곡은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 푸른 물이 가히 절경이다. 근남면 행곡리에서 금강송면 하원리까지 15㎞에 이르는 계곡길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을 만큼 아름다워서 계곡을 끼고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참 좋다. 불영정, 선유정 등 계곡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계곡 중간중간에 있고, 그 끄트머리에 '부처 형상의 바위 그림자가 연못에 비친다'는 절집 불영사(佛影寺)가 있다. 비구니 사찰인 불영사는 스님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사찰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울진에서 게맛 좀 보고 왔습니다
관동8경의 하나인 월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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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송정에서 바라본 동해 바다 / 울진군 제공

관동팔경, 월송정과 망양정을 찾아서

울진에 왔다면 송강 정철(1537~1594)이 '관동별곡'에서 칭송한 월송정(越松亭)과 망양정(望洋亭)을 둘러볼 일이다. 관동8경 중 하나인 월송정은 고려시대 처음 지어진 오래된 누각으로 1980년대 옛 양식을 본떠 새롭게 지었다. 정자 주변에는 해송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걷기에 좋고, 바로 앞에 푸른 동해 바다가 펼쳐져 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로 풀어낸 정조대왕의 편액(널빤지에 글을 새겨 문 위에 거는 액자)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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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피천공원 인근 언덕에 자리한 망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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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정에선 탁 트인 동해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울진군 제공

월송정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약 30분을 달리면 망양정이 나온다. 망양정은 왕피천공원 인근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 탁 트인 동해 바다 전망이 가능하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관동8경 중 으뜸이라 하여 숙종이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현액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망양정 해맞이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고즈넉한 산책길을 따라 망양정까지 걸어 올라갈 수도 있고, 왕피천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울진에서 게맛 좀 보고 왔습니다
동해 바다로 쭉 뻗은 후포등기산스카이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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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해안스카이레일 / 울진군 제공

대게축제가 열리는 후포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후포등기산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이곳에는 지난 1968년부터 불을 밝힌 후포등대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대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사진찍기에 좋고, 인근에 동해 바다로 쭉 뻗은 등기산스카이워크가 있어 푸른 바다를 영접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바다 위 20m 높이에 총 135m 길이로 쭉 뻗은 등기산스카이워크를 걸으며 맞이하는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