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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가까운 서울시 민간위탁사업···“회계감사 떼면 통제 안 된다”

한국공인회계사회, 출입기자 회계현안 세미나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 ‘비영리법인 및 공공부문 회계투명성’ 강의

1조 가까운 서울시 민간위탁사업···“회계감사 떼면 통제 안 된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한국공인회계사회 출입기자 회계현안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시의회, 경기도의회 등에서 진행 중인 지방자체단체 민간위탁사무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수위를 낮추는 움직임을 두고 사업비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학계 의견이 나왔다.

■“보조금 받는다면 회계감사 필수”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1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한국공인회계사회 출입기자 회계현안 세미나’에서 “지자체 민간위탁사무 사업비는 증빙 확인 등만으로 끝나면 재정통제가 어려워진다”며 “증빙 진위여부 확인, 거래 실재성, 비용집행 적절성 등을 감사기업을 활용해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산서 검사는 사전 검증 절차가 없을뿐더러 검사도 세무사가 단독 수행한다. 반면 회계감사 시 공인회계사가 재무제표를 검증하고 7~20명의 결산검사위원이 합동 검사를 벌인다.

김 교수는 “지자체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납세자에 대한 수탁자 책임을 인식하고 회계보고 및 횡령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직역 간 갈등 문제가 아니라 책무성과 검증 시스템에 관련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지자체가 업무위탁 또는 보조금은 제공하는 경우 지자체-납세자, 지자체-수탁기관 간 이중의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며 “상장사나 비영리법인에 비해서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높은 만큼 회계감사, 다시 이를 관리할 감리 체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에선 일정 규모 이상 비영리법인 또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법인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가령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에서 75만달러 이상 지원을 받은 비영리단체는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 2023년 기준 서울시 민간위탁사업 개수는 345개로, 사업비 액수로 따지면 9424억원이다. 국내 지자체 중 가장 큰 규모다. 민간위탁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단체장 권한에 속하는 일부 사무를 민간에 위탁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말한다.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수탁기관이 공인회계사에 의한 감사를 받아야 했다.

■“간이검사로는 부당집행 차단 어려워”
갈등은 지난 2022년 4월 서울시의회가 민간위탁사무에 대한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용어를 변경한 뒤 세무사(세무법인)도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촉발됐다. 서울시장이 ‘재의결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2년 반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지난해 10월 25일 대법원은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시의회나 세무사 단체 등에서는 이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 변경이 문제없다는 주장의 주요 근거로 들고 있으나, 한공회 측은 재정통제 부실화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한공회 관계자는 “간이검사로는 목적 외 사용, 허위 거래, 증빙 위조, 가격 부풀리기 등 사업비 부당집행을 차단할 수 없다”며 “특히 가장 큰 재정규모를 가진 서울시의 재정통제 완화가 여타 지자체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막을 필요도 있다”고 짚었다.

다만 지난해 12월 17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간위탁사무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회계감사로 되돌리는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의결되면서 문제가 원상복귀 되는 쪽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아직 본회의 일정은 잡히지 않았으나, 이 문턱까지 넘으면 서울시 민간위탁사무에 대해선 ‘사업비 결산서 검사’ 대신 ‘회계감사’가 이뤄져야 하고 자연히 공인회계사만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경기도의회도 서울시의회와 같은 입법 조치를 시도했으나, 지난해 12월 17일 기획재정위원회가 ‘경기도 사무위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부결 처리함으로써 일단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되진 않은 상태다. 올해 첫 회기가 열리는 이달 처리할 전망이다.
경기도 민간위탁사업 규모는 2023년 기준 1200억원(165개)이다.

1조 가까운 서울시 민간위탁사업···“회계감사 떼면 통제 안 된다”
회계감사 제도 채택한 광역자치단체 민간위탁사업 현황. 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최운열 한공회장도 이 같은 ‘회계감사→ 결산서 검사’ 개정을 두고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을 근절하기 위한 그동안의 관리·감독 강화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서울시 조례 재개정을 통한 회계감사 체계 복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영리 통합 플랫폼’을 개설해 비영리 단체, 공공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회계 교육과 컨설팅 강화 노력을 병행하겠다”며 “비영리부문 회계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