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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기업의 벗' 시즌2, 그 흥행 조건

[차관 칼럼] '기업의 벗' 시즌2, 그 흥행 조건
임기근 조달청장
'오징어 게임'이 다시 한 번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2021년 시즌1이 전례 없는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이후 시즌2도 방영 초반의 우려를 씻고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시리즈물에 이름을 올렸다. 시리즈물이 대세다. TV 예능에서는 '뭉쳐야 찬다' '미스 트롯', 영화에서는 마동석의 '범죄 도시',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등 흥행에 성공한 시리즈물이 수두룩하다.

올해 조달청 캐치프레이즈는 '시즌2'다. 작년 한 해 우리는 '중소·벤처·혁신기업의 벗'과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을 기치로 숨 가쁘게 정책현장 곳곳을 달렸다. 새해 업무의 좌표를 뭘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다른 대안도 궁리해 보았지만 결론은 '중소·벤처·혁신기업의 벗 시즌2'와 '백 투 더 베이직 시즌2'다. 이유는 분명하다. 국민들께 그 의미가 직관적으로 닿을 듯싶었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벗'의 마음가짐과 '기본'의 행동양식을 체질화하는 데 1년으로는 부족하다. 시즌1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는 게 긴요하다.

시즌2라는 캐치프레이즈에는 시즌1의 흥행 성공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겸손이 미덕이라지만 자랑할 건 자랑해야겠다. 작년 전 직원이 쏟은 땀방울을 상복으로 보상받았다. 정부업무 평가에서 주요정책, 혁신, 규제개선, 소통 등 다섯 개 전 부문에서 우수를 달성했다. 평가대상 46개 정부기관 중 3개 기관뿐이다. 청렴도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았다. 적극 행정도 우수이고, 인지세 부과대상 절반 축소는 '국민이 뽑은 우수사례 베스트 5'에 선정됐다. 국립발레단과 협업한 홍보영상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콘텐츠 대상 등 4관왕을 수상한 건 덤이다. 무엇보다도 조달청의 변화에 대한 우리 기업의 응원과 지지가 흥행 성공의 강력한 징표다.

올해 조달청은 시즌2를 착실히 준비했다. 먼저 '기업의 벗 시즌2'로 작년 킬러규제 혁신에 이어 올해는 760여개의 조달업무 규정과 우수제품·다수공급자계약 등 조달제도를 A부터 Z까지 전면 재검토하는 '규제리셋' 작업을 진행한다. 작년 새로 도입한 공공조달길잡이 제도에는 온라인 상담과 추적서비스를 추가하고, 지역 조달기업과의 파트너십데이도 격월 단위로 정례화한다. 혁신제품은 해외 실증을 2배로 확대하고 제품뿐만 아니라 임차 방식으로도 시범 구매한다.

'베이직 시즌2'로 공정·투명·품질·안전이라는 기본가치가 조달시장에 깊숙이 뿌리 내리도록 하겠다. 작년에 도입한 '평가위원 3중 관리시스템'과 유튜브 생중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역평가 등 새로운 평가기법도 도입한다.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해 '경제안보품목 비축계획' '희소금속 이관계획' '비축인프라 확충 로드맵' 등 '공공비축 3대 중장기계획'도 수립한다.

출산장려기업과 저탄소제품에 대한 입찰우대 등을 통해 저출생·탄소중립·사회적책임에 대응하는 전략조달도 강화한다. 도입 20여년이 지난 나라장터도 클라우드·AI 등으로 무장한 차세대시스템으로 바꾼다. 연 200조원 넘는 조달시장 전체를 규율하는 '공공조달에 관한 법'도 제정한다.

흥행에 성공한 시리즈물들은 공통점이 있다. 여러 시즌, 여러 편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분명한 지향점이 있다. 재미 요소와 특장점을 지속성과 끈기를 가지고 밀고 간다. 끊임없는 변신 노력도 연속 흥행의 필수조건이다.
혁신을 통해 전편과 차별화된 시나리오와 기법으로 재미를 더하는 것이다.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만든 에드 캣멀은 '창의성을 지휘하라'라는 책에서 조직의 혁신을 이끄는 힘으로 솔직함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강조한다. 조달청의 시즌2에도 솔직함과 창의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는 기풍을 장착해 성공 시나리오를 꼭 이어가고 싶다.

임기근 조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