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사이판을 찾은 여행객들이 푸른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마리아나관광청 제공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 마니아다. 러닝을 얼마나 애정하는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2009년)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그 책엔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소설 쓰기에 필요한 체력 단련을 위해 마라톤을 한다는 그는 이렇게도 말한다.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유익한 운동인 동시에 유효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나 자신이다."
사실 국내에서도 러닝이 유행한지는 꽤 됐다. MZ세대들 사이에선 달리기가 이미 힙한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MBC 예능 '나혼자 산다'에서 웹툰작가 기안84가 뉴욕 마라톤에 출전해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 것도 한몫했다. 많은 사람들은 4시간48분16초만에 골인한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러다 보니 국내 주요 여행사들도 달리기와 관련한 기획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러닝과 해외여행을 하나로 묶은 이른바 '런트립(Run+Trip)' 상품이다. 하나투어의 '사이판·다낭 런트립'을 비롯해 모두투어의 '런 2025 사이판', 노랑풍선의 '사이판 마라톤 2025 with 지니코치', 교원투어의 '런 사이판 5일', 야놀자플랫폼의 ‘다낭 런투어 패키지’ 등이 대표적이다. 오는 3~4월 사이판과 베트남 다낭, 괌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와 주요 관광지를 소개한다.
지난해 열린 사이판 마라톤 2024. 마리아나관광청 제공
사이판 마라톤 2024 참가자들이 기념 메달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마리아나관광청 제공
사이판 마나가하섬. 모두투어 제공
사이판 월드리조트. 교원투어 제공
■일출을 보며 달린다, 사이판 마라톤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사이판 마라톤은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질주를 경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대회다. 오는 3월 8일 사이판 중심지인 가라판의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에서 출발하며, 42.195㎞를 달리는 풀 마라톤과 하프 마라톤, 10㎞, 5㎞ 등 총 4개 코스로 구성됐다.
사이판 마라톤의 매력은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태평양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사이판의 청정 자연을 감상하며 달릴 수 있고, 특히 새벽에 출발해 레이스 도중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할 수 있다.
국내 여행사들의 런트립 상품은 사이판 마라톤에 집중돼 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국내 여러 여행사들이 대회 참가와 현지 관광을 포함한 런트립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모두투어의 '런 2025 사이판'은 참가자들의 나이와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마라톤 대회 일정 외에는 전일 자유일정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또 하나투어와 노랑풍선은 각각 안산시 소속 육상선수 박민경 러너와 러닝 인플루언서 '지니코치'를 인솔자로 초빙해 상품 구매자들의 대회 참가를 돕는다.
마라톤 대회를 마친 뒤 둘러볼만한 사이판 주요 관광지로는 스노클링·제트스키·바나나보트 등 다양한 해양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마나가하섬을 비롯해 사이판의 대표적인 해변인 마이크로 비치, 아름다운 해변과 전쟁 유적지를 품고 있는 티니안, 사진 촬영 명소로 유명한 만세절벽 등이 있다.
지난해 열린 베트남 다낭 마라톤 2024. 다낭국제마라톤 제공
베트남 다낭 바나힐 골든브릿지. 하나투어 제공
'핑크성당'으로도 불리는 다낭 대성당. 야놀자 제공
■다낭 랜드마크를 한눈에, 다낭 마라톤
미국 포브스 매거진도 인정한 세계적인 미항 다낭에서 열리는 다낭 마라톤은 베트남 최초의 국제 마라톤 대회다. 오는 3월 23일 다낭 비엔동 공원에서 출발하는 이 대회는 다낭의 아름다운 해변은 물론 도심을 질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회 참가자들은 도심 속 휴양지로 알려진 미케 비치와 우리의 한강과 이름이 같은 한강(Han River)을 지나며, 다낭의 랜드마크인 용다리(Dragon Bridge)와 한다리(Han Bridge)도 지난다.
대회는 42.195㎞를 뛰는 풀 마라톤을 비롯해 하프 마라톤, 5㎞ 코스 등 세 가지로 나뉘어 진행되며, 3~10세 어린이들이 1.5㎞ 구간을 힘차게 달리는 어린이 마라톤 대회 '로니 대시(Ronny Dash)'도 열린다.
야놀자플랫폼과 하나투어가 다낭 마라톤 대회 참가를 포함한 런트립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야놀자플랫폼의 '다낭 런투어 패키지’에는 대회 참가 뿐만 아니라 현지 관광 일정도 알차게 구성돼 있어 중세 건축 양식의 다낭 대성당을 비롯해 베트남 특유의 현대식 재래시장인 한시장, 베트남 최대 불상이 있는 영흥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또 이 상품에는 마라톤의 피로를 풀어줄 베트남 전신 마사지(90분)도 포함돼 있다.
한편 하나투어가 판매하는 '다낭 런트립' 상품은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런생샷'을 담아줄 러닝 전문 포토그래퍼와 8년차 러닝 인플루언서 런쫑이 동행한다.
지난해 괌에서 열린 '코코 로드 레이스'. 노랑풍선 제공
PIC 괌 리조트. PHR코리아 제공
■괌 마라톤, 코코 로드 레이스 & 펀런
오는 4월 12~13일 열리는 괌 마라톤 대회 '코코 로드 레이스 & 키즈 펀런'은 사이판이나 다낭에 비하면 좀 짧은 거리를 달린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코코 로드 레이스는 괌의 국조(國鳥)이자 괌 지역 멸종위기종인 '코코새' 보호 기금 마련을 위해 지난 2006년 처음 시작됐다.
대회는 만 4~12세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코코 키즈 펀런'과 성인들을 위한 '코코 로드 레이스'로 나뉘어 열린다. 코코 키즈 펀런은 0.6㎞, 1.6㎞, 3.3㎞ 등 총 3개 코스로 구성됐으며, 코코 로드 레이스는 21.0975㎞를 달리는 하프 마라톤과 10㎞ 코스만 있다. 또 이 대회엔 4인 1팀으로 참가해 5㎞씩 이어 달리는 '에키덴 릴레이 마라톤'도 있어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다.
괌 이파오 비치 공원에서 출발하는 코코 로드 레이스는 알루팡 비치, 괌 프리미어 아울렛, 아산 비치 등 괌의 아름다운 해변과 주요 관광지를 달린다. 반환점인 아산마을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에는 길게 뻗은 해안도로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어 아름다운 괌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코코 로드 레이스 참가를 포함한 런트립 상품은 현재 노랑풍선이 괌 PIC리조트 또는 리가로얄괌리조트에서 숙박하는 자유여행 상품을 판매 중이며, 하나투어도 대회 참가가 포함된 런트립 상품을 곧 내놓을 계획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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