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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력 털어내고 공장 중단...K석화, 한파 버티기 '안간힘'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PTA 자회사 매각 결정
LG화학, PBAT 공장 가동 무기한 중단
中 범용재 공세에 '스페셜티' 전환 필수

비주력 털어내고 공장 중단...K석화, 한파 버티기 '안간힘'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 화학 공장 모습. LCPL 제공
[파이낸셜뉴스] 롯데케미칼이 파키스탄 사업 법인을 매각하는 등 석유화학 업체들이 한파에 맞서 비핵심 자산을 털어내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공장 가동을 연기하는 등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에 돌입했다.

■롯데, 파키스탄 법인 979억원 매각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날 이사회 열고 고순도테레프탈산(PTA)를 생산하는 파키스탄 자회사 LCPL을 약 979억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 내 파키스탄계 사모펀드 API와 석화업체 몽타주오일 DMCC과의 매각 거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파키스탄 현지 중앙은행에서 외화반출을 금지해 지난 2022년부터 3년간 수령하지 못한 배당 미수령액 약 296억원도 지난해 6월 수취 완료해 총 1275억원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스페셜티 확대'라는 중장기 비전을 토대로 자산 경량화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했고, 미국 루이지애나 법인(LCLA) 지분 40%를 담보로 주가수익수와프(PRS)를 통해 6600억원의 현금을 조달한 바 있다. 다음 단계 구조조정으로는 인도네시아 반텐주에 건설 중인 석유화학단지 '라인 프로젝트'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도 최근 시생산 중이던 충남 대산 PBAT 공장 가동 중단에 돌입했다. 당분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양산 시점을 무기한 연기하고, 직원 전환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에도 스티로폼 원료 스틸렌모노머(SM)를 생산하던 여수 SM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정부 "상반기 후속대책 발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중국발 범용재 공급과잉, 경기침체로 수년째 불황을 겪고 있다. 중국은 한때 국내 석화업계의 가장 큰 고객이었지만, 2020년부터 자국 내 에틸렌 생산 시설을 늘려왔다. 특히 중국 내수에서 소비되지 않은 물량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국내 석화업체들에 타격을 입혔다. 현재 석화기업들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의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여전히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업계는 공급 과잉 사태의 장기전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중동까지 증설에 동참하면서 글로벌 에틸렌 공급 과잉 물량은 2028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올해 상반기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을 위해 발표할 '후속 대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정책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으로 석화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사업재편에 대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정부의 소극적 역할이 아쉽다는 반응도 제기됐다. 이에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후속 조치가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페셜티 전환은 물론 업황 개선 시점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으로 러시아산 원료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스프레드가 매우 낮아진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