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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넘어 연극·뮤지컬로… "새로운 소통에 재미 붙였죠"[fn 이사람]

황석희 번역가
올 20년차… 맡은 영화만 600편
이젠 연극·뮤지컬서도 활동 활발
틱틱붐·원스 등으로 다시 주목받아
관계자에 작품 설명·조언해주는
'드라마 투르기' 역할도 잘 하고파
원작 제일 잘 이해하는 사람 돼야

스크린 넘어 연극·뮤지컬로… "새로운 소통에 재미 붙였죠"[fn 이사람]
황석희 번역가

"번역이라는 것은 알면 알수록 저에게 소통 같아요. 그러니까 사람은 누구나 번역가의 자질을 갖고 있는 거죠."

황석희 번역가(사진)는 23일 번역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황 번역가의 명함에는 '세상을 번역하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황 번역가에게 번역은 단순히 일 이상의 가치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황 번역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도 번역"이라고 강조했다.

황 번역가는 올해 20년차 번역가다. 그는 영화 번역을 시작하기 전 수천 편의 드라마 번역을 하며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황 번역가는 이후 케이블TV 번역 시장에서 극장영화 번역 시장으로 러브콜을 받아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는 지난 2016년 영화 '데드풀'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황 번역가는 600여편의 영화를 번역했다. 황 번역가는 "영화 번역가로서 20년 가까이 커리어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나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황 번역가는 팬들이 붙여준 '번역의 신' '번역계의 황태자'라는 별명에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혹여나 같은 번역가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을 함께 했다. 황 번역가는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별명이고 민망하지만, 정말 감사하다"며 "저도 흠결이 있는 번역가다 보니 오역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00여편의 영화 번역에도 황 번역가는 한 영화를 여러 번 볼 때마다, 번역을 달리해야 할 부분이 보인다고 전했다. 황 번역가는 "똑같은 영화를 100번 보면, 100번이 다르게 보인다. 아무리 완벽하게 번역을 했다고 해도, 다시 보면 쥐구멍에 숨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근 황 번역가는 영화를 넘어 연극과 뮤지컬, 책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뮤지컬 '틱틱붐' '원스', 연극 '에나엑스' 등을 번역하며 또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목적성을 가지고 번역 분야를 넓혀가고 있진 않다"며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제작사의 요청에 발을 들였는데, 새로운 분야를 번역하는 것이 재밌다 보니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번역가의 등장으로 많은 학생이 번역가를 꿈꾸고 있지만, 그는 선뜻 입을 떼기 조심스러워했다. 최근 국제 경제위기가 콘텐츠 투자 감소로 이어져 번역 일이 줄어드는 어려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는 "저는 번역가가 굉장히 근사하고 재미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천하긴 어려워 미안한 감이 있다"며 "그럼에도 번역 일에 뛰어들겠다고 하는 친구들은 현실감을 갖췄으면 한다. 꿈이라는 것을 지키려면 장작이 필요한데, 호구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번역가로서의 목표로 '드라마 투르기(Dramaturgy)'를 언급했다. 드라마 투르기는 연출자와 배우 사이에서 작품에 대한 조언과 설명·해설을 하는 역할로, 원본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아야 한다. 그는 "한국 번역계에선 번역가에게 드라마 투르기 역할을 요구하는 일이 꽤 있다"며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한국 공연계에서 활동하는 최초의 번역가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