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수 현대건설 책임연구원
수많은 조건 실험 탓 밤낮 바뀌어
현대건설, 30여년 콘크리트 집중
국내서 가장 단단한 제품 등 개발
층간소음 이슈에 콘크리트로 해결
충격음 저감 1등급 최초로 획득
정연수 현대건설 책임연구원. 현대건설 제공
'콘크리트'는 일상에서 꽤 익숙한 건설재료 중 하나다. 아파트나 빌딩은 물론 도로, 터널까지도 콘크리트를 빼놓을 수 없다. 바로 높은 내구성과 가성비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일찌감치 콘크리트 전문가그룹을 구성하고 콘크리트 연구에 집중해온 이유다.
정연수 현대건설 책임연구원(사진)은 이들 전문가그룹의 핵심 구성원 중 한 명이다. 입사 후 첫 담당 프로젝트로 쿠웨이트 해상교량 공사를 맡은 이후 고성능 콘크리트 연구를 이끌고 있다.
24일 정 책임연구원은 "현대건설 콘크리트 전문가그룹은 1990년 구성됐다"며 "이는 다른 건설사에 비해 10년 이상 앞선 시작이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그룹은 연구 초기에는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는 기술개발에 집중했다. 이에 2007년 국내 최고 강도 콘크리트를 개발하며 경쟁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최근에는 품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기술개발은 실질적으로 공기를 단축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콘크리트 양생기간을 단축한 조강 콘크리트 개발을 통해서다.
정 책임연구원은 "동절기와 같이 온도가 낮은 경우 조강 콘크리트 개발은 후속 작업의 시점과 안전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지난 2022년부터 2년여간 연구를 진행해 현장에서 요구하는 시점에 콘크리트의 성능이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조강 콘크리트는 초기 강도 발현이 3배가량 빠르기 때문에 8시간 후부터 3시간 간격으로 밤을 꼬박 새우며 다음 날까지 강도를 측정해야 한다. 정 책임연구원은 "팀원들이 3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조건들을 실험하느라 3개월 남짓 밤낮이 바뀐 생활을 했다"며 "한동안 불면증과 더불어 야식으로 인해 불어난 체중을 되돌리느라 고생했다"고 귀띔했다.
일상에서도 이들의 연구는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층간소음 저감용 고중량 모르타르 기술이다.
정 책임연구원은 "층간소음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어떻게 하면 층간소음을 저감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바닥시스템 중 모르타르에 대한 단위중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모르타르의 단위중량을 늘리기 위해 단위중량이 높은 골재를 찾아야 했고, 지난 2021년부터 약 3년 동안 다양한 골재를 검토해 고중량 모르타르를 개발했다. 이를 상용화해 국내 최초로 아파트 중량 충격음 저감 1등급을 획득하는 성과를 얻었다.
최근에는 친환경 문제에도 집중하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정 책임연구원은 "콘크리트는 철강과 함께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재료"라며 "현대건설 기술연구원은 산업부산물을 이용해 시멘트 양을 줄이면서도 강도와 작업성을 유지하는 친환경 저탄소 혼합시멘트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특히 "건설자재 세계 1위 업체인 홀심과 함께 새로운 대체재인 소성점토 적용 시멘트도 공동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도 기초에 충실한 콘크리트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올해 건설업계 경기는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콘크리트 전문가그룹은 도전적 연구보다는 기초에 충실하겠다"며 "현장밀착형 기술지원과 C&D를 바탕으로 한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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