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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탬퍼링 문제 전염병처럼 확산..전속계약은 음악산업 근간"

‘음반제작자가 없다면 K팝도 없다! 2200여 음반제작사의 제언' 기자회견

"K팝 탬퍼링 문제 전염병처럼 확산..전속계약은 음악산업 근간"
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린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두 번째 미니 앨범 '러브 튠(Love Tune)'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5개 음악단체가 “대중음악산업의 핵심 근간은 기획사와 가수가 맺은 전속계약에 있다”며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약속을 지켜 달라”고 촉구했다.

27일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서울 강남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음반제작자가 없다면 K팝도 없다! 2200여 음반제작사의 제언'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획사와 가수 동업 관계, 약속 지켜야"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최광호 사무총장은 대표 발제에서 수년간 업계에서 자행된 탬퍼링(계약 만료 전 사전 접촉)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균형 잡힌 대책을 촉구했다.

먼저 그는 “기획사와 가수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가 아니다”며 “함께 뛰기로 약속한 2인3각 경기의 동업관계”라고 비유했다. “대중음악산업의 핵심 근간이 바로 양자 간 전속계약인데, 이러한 관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메이저부터 인디 기획사까지 템퍼링 문제가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며 실태를 설명했다.

"가수와 기획사를 이간질하는 부도덕한 타 기획사와 음악 프로듀서, 그 뒤에 숨은 거대 자본이 있다"며 "심지어 가수가 기획사를 나오는 게 좋다고 강요하는 일부 팬덤과 기획사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 기획사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10~15년간 음악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는데, 여전히 과거에 마련된 표준전속계약서에 입각해 계약을 맺고 있는 현실과 여전히 기획사가 갑이라는 인식도 꼬집었다.

최 사무총장은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의 한 멤버가 타 기획사 매니저에게 “무시해”라는 발언을 듣고 직장 내 괴롭힘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해 억울함을 호소한 일을 언급하며 “누가 사회적 약자”인지 물으며 “유명무죄 무명유죄”라고 꼬집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렸는데, 이름 모를 매니저 의견은 들어볼 기회가 없었고, 팬덤이 높은 그들의 발언이 사실로 받아들여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팬덤의 지나친 월권 행위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기획사 임직원의 인권은 누가 지켜 주냐?”며 “가수가 예고 없이 떠난 기획사엔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이 있다. 이 산업에서 누가 사회적 약자인가? 그런데 여러 이유로 일부 팬덤을 중심으로 기획사 직원의 해고와 징계를 요구하는 시위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 그들의 가족을 향한 사이버 테러도 심해지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 사무총장은 마지막 “산업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산업보호의 유일한 방법은 서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법 판단 이전에 계약파기를 확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뉴진스가 지난해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독자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깊은 우려가 깔려 있어 보였다. 행여나 뉴진스가 소송에서 이길 경우 대중음악산업에 끼치는 부정적 파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K팝 탬퍼링 문제 전염병처럼 확산..전속계약은 음악산업 근간"
걸그룹 뉴진스. 뉴스1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달라진 시대에 맞게 수정돼야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국장은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표준전속계약서가 제정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다”며 “그동안 사회 및 업무적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기본 인식은 바뀌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기획사와 연예인은 수직 관계가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 책임이 기획사에 전가돼 있다. 전속계약 분쟁이 벌어지면 대부분 회사는 방어하고 가수가 공격하는 구조로 일방적 측면을 갖는다”고 설명하면서, 전속계약 분쟁 발생 시 '선 투자, 후 회수' 구조인 대중음악산업에서 계약 해지로 손해를 보는 이는 기획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속계약 효력정지란 기획사에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반면 연예인은 독자 활동을 할 기회"라며 "왜 한쪽만 손해를 보도록 법이 적용되는지 모르겠다. 서로 협력하게 이끌어주는 게 맞는거 아니냐”고 문제제기했다.

이어 “이혼소송처럼 “전속계약분쟁도 조정기간을 거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바로 재판행이 아니라 콘텐츠에 특화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같은 기관에서 조정을 하는 게 필요하다. (사법부를 향해) 전속계약해지 가처분에 대해 보수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명수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본부장도 "탬퍼링 이슈로 인해 관계 파탄에 이르더라도 전속계약 잔여기간에 (겸업을) 금지하게 해 탬퍼링 시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등 산업 실정에 맞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