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두달' 갈길 먼 안전대책 <하>
정부·공항공사·항공사 대책 혼선
"항공 안전 총괄할 독립 기구 필요"
UAM 등 신기술 반영 기준 마련도
무안국제공항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정부와 공항공사, 항공사들이 안전 대책 마련에 엇박자를 내면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회피에 급급한 한국과 달리, 선진국들은 독립적인 항공 안전 기구를 마련해 통일된 정책 마련, 운영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독립적인 항공청을 설립해 항공 안전을 총괄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 대부분, 독립 항공청 운영
2일 업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0개국이 독립적인 항공청을 운영하고 있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국 36개국 중 대한민국·일본·캐나다를 제외한 33개국은 별도의 독립 항공청을 두고 항공 안전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08년 국토해양부 산하에 항공안전본부를 설립했지만, 1년 2개월 만에 폐지했다. 현재 국토부 항공정책실이 항공 안전을 담당하고 있지만, 항공직 출신 공무원이 4명에 불과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항공안전본부는 항공 사고 예방과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당시 '작은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조직이 축소됐다"라며 "이후 국토교통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조직 개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항공 안전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 사고가 발생하면 국토부와 공항공사, 항공사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며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독립 기구가 있어야 사고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UAM 안전 기준 필수적
우주항공청처럼 독립된 기관을 설립해 항공 안전 분야에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규왕 한서대 교수는 "국토부 산하 항공 관련 부서는 보직 변경이 잦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항공정책실장 등 핵심 인사가 교체돼 전문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우주항공청이 출범한 것처럼 항공 안전을 총괄할 독립 기구를 만들어 사고 대응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처럼 담당 공무원이 2~3년마다 순환보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구조에서는 항공 안전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도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항공 안전 기구를 운영해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기관들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항공 안전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 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국토부 산하에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광일 신라대 교수는 "사고 조사 기구가 국토부 소속이다 보니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조직 개편 때마다 존폐가 반복되지 않도록 행정안전부 등 제3의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조직을 확대·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항공 사고 대응뿐만 아니라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기술을 반영한 안전 기준 마련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UAM도 비행기 이착륙과 같이 조류 충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UAM 도입이 예고된 한강 일대와 청라국제도시~계양신도시 구간은 도심지임에도 출새 도래지로 꼽힌다. 국토부는 드론을 활용한 조류 분산 시험을 추가하는 등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황용식 교수는 "앞으로 항공 안전뿐만 아니라 UAM과 같은 새로운 항공 기종의 안전 문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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