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강판, 시장규모 크고 이해관계도 엇갈려
포스코, 현대제철 vs 중소제강사 대립
국가 간 갈등으로도 이어질 소지
반덤핑 관세 부과 충실한 분석 必
[파이낸셜뉴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뉴스1
중국산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물량 |
(만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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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
일본산 |
2022년 |
142 |
170 |
2023년 |
179 |
221 |
2024년 |
164 |
194 |
|
(한국철강협회 ) |
|
정부가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관련 덤핑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철강업계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열연강판의 경우 중간재 역할을 하는 반제품으로 이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과 이를 사들여 완제품으로 만드는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열연강판을 직접 생산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반덤핑 관세가 붙으면 유리하나 이를 가공해 완제품을 판매하는 중소제강사의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처럼 열연강판의 경우 중간재로 시장 규모가 큰데다 철강업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보다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이날 열연강판 덤핑조사 착수 사실을 관보에 공고한 후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덤핑 조사는 3개월(최대 5개월)간의 예비조사와 이후 3∼5개월 간의 본조사로 이뤄진다. 이르면 6월 예비 판정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4일부터 열연강판 덤핑조사 착수
열연강판은 철강 판재를 고온 가열한 뒤 밀고 눌러 얇게 펼치는 압연 공정을 거쳐 만든 강판으로 자동차 차체 프레임, 조선·해양 선박의 외판 및 내부 구조물, 건설·건축용 철근과 H빔, 각종 기계 장비 등 산업 전반에 두루 사용된다.
이처럼 중간재 성격을 지니다 보니 철강업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열연강판을 직접 생산하는 쪽에선 저가 수입산 철강재 유입으로 업계가 고사 직전이라고 호소한다. 실제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한 주체도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내 철강산업은 고사하고 수입산 열연강판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국내 업계가 완전히 종속되는 것인데 장기적인 시각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연강판으로 완제품을 만드는 중소제강사들은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산이라는 선택지까지 사라진다면 중소업체들은 생존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정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보다 미국 철강관세 부과 등 업계 공통 사안에 더 집중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열연강판 관세 부과는 도금·컬러강판으로 우회 수출이라는 또다른 부작용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동국제강그룹 도금·컬러강판 전문회사인 동국씨엠은 지난달 27일 중국산 컬러강판·도금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 안그래도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이 국내에 저가로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열연강판에 대해 관세 부과가 이뤄지게 되면 최소한의 도금·코팅 등의 단순 후가공만 거쳐 도금·컬러강판으로 우회 수출하는 물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기업 간 갈등에 일본과 관세전쟁 우려도
열연강판 덤핑 조사 착수가 일본과의 관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철강연맹은 제소 후 즉각적 조치, 무역조치 발동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 수출한 한국 철강재는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일본 수출량은 총 367만t, 2023년에는 361만t, 2022년 316t을 기록했다. 국내로 유입되는 일본산 열연강판 규모는 지난해 기준 194만t인 반면 국내 철강사가 일본에 수출하는 철강재 물량은 367만t이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무역구제수간 등으로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기조에서는 우리도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행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최선일 수 밖에 없다"며 "다만 열연강판의 경우 규모가 크고 수요자들이 많아서 반덤핑관세 부과에 대해 보다 더 충실한 분석과 논의가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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