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미스터트롯3'를 봤다. 무대를 향해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팬들, 가수와의 감정적인 교류, 그리고 이를 더욱 극적으로 연출하는 방송 화면. 이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에는 왜 이런 팬덤이 없는가? 같은 무대 예술인데, 무엇이 다르고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을까?
트로트 팬들은 가수 개인의 서사와 감정을 중심으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오페라는 작품 중심의 예술로 성악가 개인이 대중적 스타로 자리 잡기가 어렵다. 과거에는 마리아 칼라스, 엔리코 카루소, 루치아노 파바로티처럼 오페라의 세계적 스타들이 존재했지만 오늘날 오페라계는 더 이상 스타를 키우지 않는다.
트로트의 인기는 감동적인 서사와 관객과의 소통이 결합돼 커졌고 하나의 거대한 팬덤 문화를 형성했다. 반면, 오페라에는 낯선 성악가들만 나온다. 결국, 스타가 없으니 팬덤도 없다. 관객이 직접 참여할 기회도 적다.
얼마 전, 한 공연 중 가수에게 응원을 보내고자 곡이 끝나고 "브라보!"를 외친 적이 있다. 그러자 앞에 앉아있던 관객 한 분이 "쉿!" 소리를 내며 신경질적으로 쳐다봤다. 순간 공연장 안의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하는 듯했다. 오페라는 엄숙해야 하고, 관객은 움직이지 않고 죽은 듯이 관람해야 한다는 일명 '좀비 관람'은 사실 오래된 규율이 아니다.
오페라는 변해야 한다. 스타를 키우기 위해 뛰어난 성악가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분위기를 완화하고, 일부 공연에서는 보다 캐주얼한 형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오페라 팬덤이 형성될 수 있도록 SNS와 유튜브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오페라를 '살아 있는 예술'로 만들어야 한다. 음악은 감동을 주는 힘이 있지만, 그 감동을 공유하고 표현할 기회가 없다면 예술은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다.
오페라는 트로트와 다르다. 그러나 다르다고 해서 관객과의 소통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오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음악이란, 본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아닌가.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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