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9990만원-월세 10만원 임대 전환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 신축도
지난 2023년 공사 중이었던 전북 익산 남중동에 위치한 ‘광신프로그레스 더 센트로' 모습. 네이버 로드뷰 제공
[파이낸셜뉴스] 악성 미분양에 시달리던 지방 건설사가 급기야 분양 아파트를 보증금 9900만원, 월세 10만원에 임대로 내놨다. 악성 미분양이 10년 만에 2만 가구를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LH를 통한 매입 대책을 내놨지만, 일부 시행사들은 이 대신 저가 임대 전환을 선택한 것이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 '초저가 임대' 확산
4일 업계에 따르면 전북 익산 남중동에 위치한 '광신프로그레스 더 센트로'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보증금 9990만원, 월세 10만원이라는 조건으로 임대를 진행했다.
이 단지는 540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로 초기 분양이 저조했던 만큼 건설사는 미분양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기 위해 저가 임대 전환을 결정했다. 그 결과 단기간 내 90% 이상의 계약이 성사됐으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조건 덕분에 세입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전남 광양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등장했다. '광양의 봄 선샤인' 아파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라는 저렴한 조건으로 신축 아파트를 임대 공급하고 있다. 해당 단지 역시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전략으로,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1300만원 수준에서 임대분양권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 아파트 시장에 저가 임대 전환이 하나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기존 분양자들의 불만은 거세다. 처음부터 분양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불만과 함께 파격적인 임대료를 보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LH 매입보다 임대 전환? 오히려 현실적 선택
정부는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비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3000가구를 직접 매입하는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이 분양 아파트를 임대로 돌리는 것은 "오히려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LH의 미분양 매입 물량이 3000가구 수준으로 너무 적고, 실제 매입 가격도 분양가의 70% 이하일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 매각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시행사 입장에서는 LH 매각보다는 단기 임대를 통해 자금을 일부 회수하고, 향후 시장이 회복되었을 때 다시 분양을 추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전략이 전세금이라도 받아서 공사비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저가 임대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등록임대 사업이 아니라, 전월세 시장에 단기적으로 내놓는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분양을 시도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장 미분양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편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월말 기준 2만2872가구로 전달보다 6.5%(1392가구) 증가했다. 지난 2013년 10월(2만3306가구)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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